친구들과 한라산둘레길을 걸어보기 위해 오랜만에 제주를 찾았다. 이번 둘레길 여행은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자연과 좀 더 친밀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서귀포자연휴양림 야영장에서 캠핑을 하면서 진행하게 되었다. 첫날은 제주 도착과 함께 둘레길 1코스인 천아숲길, 둘째 날은 4코스 동백길, 마지막 날은 오전에 전망 좋은 노꼬메오름에 오른 다음 오후에 제주를 출발하는 일정이었다. 계절상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 한밤의 추위를 극복해야 했고 캠핑 경험이 짧은 탓에 몇 가지 준비에 미진한 점이 있었지만 계속해서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함께한 친구들의 배려와 도움이 있어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날자 : 2022년 11월 06일 (일)
△코스 : 천아수원지~천아숲길~보림농장삼거리~삼거리
△이동거리 : 11.2km (GPS측정 기준)
△소요시간 : 4시간 52분 (휴식 1시간 7분 포함)
한라산 둘레길은 해발 600~800m의 국유림 일대를 둘러싸고 있는 일제 강점기 병참로(일명:하치마키도로)와 임도, 표고버섯재비지 운송로 등을 활용하여 무오법정사, 시오름, 수악교, 이승악, 사려니오름, 물찻오름, 비자림로, 거린사슴, 돌오름 등을 연결하는 80km의 한라산 환상숲길을 말하며, 한라산국립공원으로 집중되는 탐방객의 분산을 유도하고 역사, 생태, 산림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학습장을 제공하기 위해 조성되었다고 한다.
천아숲길은 천아계곡 수원지에서 보림농장 삼거리까지 8.7km의 구간으로 한대오름, 노로오름, 천아오름 등이 분포하고 있다. 노로오름인근 한라산중턱 해발 1000고지 일대에 검뱅듸, 오작지왓이라고도 불리는 ‘숨은물뱅듸’가 있고, 무수천계곡으로 흘러가는 수자원의 보고인 광령천이 내려오는 곳에 천아수원지가 있으며 인근에 어승생수원지가있다.
공항에서 곧바로 서귀포자연휴양림으로 이동하여 캠핑에 필요한 짐은 남겨두고
트레킹에 필요한 것들만 챙겨 택시를 타고 천아숲길 시작 지점으로 이동한다.
1100도로의 천아숲길 입구에서 일반차량은 통제되고 있었지만
택시를 이용하다보니 이곳까지 2.2km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지금은 물이 흐르지 않지만 천아계곡의 규모가 엄청나다.
계곡의 바위턱에 앉아 준비해 온 점심을 먹고 천아숲길 트레킹을 시작한다.
계곡을 건너 천아숲길 초입에 들어서자 마치 원시림 같은 나무들로 우거진 숲을 만난다.
색색으로 물든 나뭇잎으로 숲은 가을 분위로 한껏 치장을 하고 있다.
초반 급경사 구간을 오르면서 험한 길이 많아질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언덕에 올라선 다음부터 길은 계속해서 평탄하게 이어진다.
한라산둘레길에는 500m 간격으로 위와 같은 이정목이 세워져 있다.
오늘은 종점 보림농장 삼거리까지 17개의 이정목을 만나게 된다.
길을 걷다보면 여러차례 마른 계곡을 건너게 된다.
지금은 물이 없지만 비가 내리면 물이 급격히 불어나 길이 끊기기도 한다.
천아숲길에는 제주조릿대가 숲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
벼과(Gramineae) 식물인 제주조릿대는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조릿대와 비슷하지만 가지가 갈라지지 않고 마디가 공처럼 둥글며 원대에 털이 없는 특징이 있다.
한라산둘레길은 여러 오름과 연계하여 이어지기도 한다.
이번 투어는 시간상 오름을 우회하여 진행했지만 오름을 거쳐 진행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공항에서 이동할 때 택시 기사분 말씀이 제주에서는 절정의 단풍을 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절정을 이룰만 하면 바람이 불어 단풍잎이 금새 떨어진다는 것이다.
바람이 많은 제주의 환경적 속성 중 하나로 볼 수 있겠다.
노로오름 부근을 지나며 숲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둘레길에서 조금 떨어진 숲에 숨은물뱅듸가 있는 지점이다.
숨은물뱅듸는 오름으로 둘러싸인 고산 습원으로 산림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곳이다.
천아숲길의 대략 중간 지점인 노로오름 삼거리를 지나며 삼나무 숲을 만난다.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삼나무 숲에서 1시간 가량 휴식 시간을 보내고 다시 트레킹을 이어간다.
제주의 숲에 곧게 자라는 키 큰 나무 중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비슷해 보이는데
편백나무는 잎의 질이 두껍고 끝이 둔하지만 삼나무 잎은 침형으로 끝이 뾰족한 게 큰 차이다.
둘레길은 멧돼지 주요 출몰지역을 지나기도 한다.
대부분의 야생 동물들은 인기척에 놀라 달아나지만 멧돼지는 역시 주의가 필요한 동물이다.
동굴 입구 같아 보이기도 하고 마치 땅이 입을 벌린 듯한 모양의 용암지형이 간혹 보이기도 한다.
천아숲길 막바지에 이르러 표고버섯 재배지가 보인다.
예로부터 제주 표고버섯은 뛰어난 맛으로 유명하며
지금도 한라산 중턱에서 표고버섯 재배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늦은 오후 천아숲길 종점인 보림농장 삼거리에 도착했다.
이곳은 천아숲길 종점이면서 제2구간 돌오름길 시작점이기도 하다.
약 8km 거리의 돌오름길은 보림농장 삼거리에서 서귀포자연휴양림까지 이어진다.
당초 계획은 돌오름길까지 완주할 예정이었으나 일몰까지 시간이 부족하다.
돌오름길 초입에서 계속 이어갈지 망설임 끝에 결국 돌아서고 말았다.
출발이 늦어진 상태에서 하루에 두 코스를 완주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해가 지기 전에 야영장에 도착해야 했다.
보림농장 삼거리에서 택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1100도로까지 1.6km 를 이동해야 한다.
1100도로 아래 삼거리에 도착하여 마침 지나가는 택시를 만났다.
트레킹 마지막까지 운이 좋아 하루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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