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둘레길 트레킹 둘째 날인 오늘은 제4코스 동백길을 걷는다.
서귀포자연휴양림 야영장을 출발하여 휴양림 길을 따라 법정사 주변을 거쳐 동백길로 진입한다.
△일자 : 2022년 11월 07일 (월)
△코스 : 서귀포자연휴양림→산림휴양길→무오법정사→동백길→돈내코탐방안내소→충혼묘지정류소
△이동거리 : 17.0km (GPS측정 기준)
△소요시간 : 7시간 26분 (휴식 1시간 15분 포함)
서귀포자연휴양림 입구에서 무오법정사 방향으로 이어지는 2.3km의 산림휴양길이 한라산둘레길 3구간이다.
야영장을 출발하여 휴양림 내 순환도로를 따라 진행했지만 실제 3구간을 지나온 셈이다.
동백길은 무오법정사에서 동쪽방향으로 돈내코 탐방로까지 이어지는 11.3km의 구간으로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성지였던 무오법정사와 4·3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주둔소, 화전민 터 등과 동백나무 및 편백나무 군락지, 법정이오름, 어점이오름, 시오름, 미악산, 강정천, 악근천 등이 분포하고 있다. 특히 한라산 난대림지역의 대표적인 수종인 동백나무는 서귀포자연휴양림에서 5·16도로변까지 약 20km에 걸쳐 분포하고 있어 우리나라 최대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 ▶참조: 한라산둘레길 홈페이지 )
산림휴양길은 공식적으로 휴양림 정문에서 시작되지만
편백숲야영장에서는 거리가 짧고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동쪽 순환도로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수월하다.
절정을 조금 지난 시기지만 화려한 단풍나무들이 휴양림 숲을 물들이고 있다.
길 주변의 단풍 풍경을 감상하며 동백길 입구로 향한다.
출발 후 약 20여분 지나 한라산 둘레길 입구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순환도로를 벗어나 법정사 방향의 길로 들어선다.
가을 숲은 단풍나무가 아닌 낙엽활엽수들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역시 가을 숲의 주인공은 단풍나무다.
동백길 역시 한라산 중턱을 가로질러 횡으로 이어지는 길이기 때문에
수직으로 형성된 수 없이 많은 계곡을 만나게 된다.
다시 도로와 만나는 삼거리에서 오른쪽 법정사 방향으로 내려가본다.
이제 산림휴양길이 끝나고 동백길은 법정사 방향과 반대로 좀 더 올라가야 한다.
휴양림을 거치지 않는다면 둘레길 안내소가 있는 이곳이 동백길로 향하는 출발점이다.
기와집 건물들이 보여 법정사인 줄 알았는데 법정사는 좀 더 떨어진 곳에 있었다.
시간상 법정사에는 들르지 못하고 왔던 길로 되돌아 간다.
제주 법정사 항일운동은 제주도 내 최초 · 최대 규모의 항일운동이었다고 하며
이곳 법정사 주변은 항일항쟁의 성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제 동백길 시작 지점에 진입하여 본격적으로 동백길을 걷는다.
동백길 이정목은 1번부터 500m 간격으로 22번 째까지 이어진다.
동백길에서 만나는 동백나무 군락지는
벌목 등 인위적인 간섭에 의해 숲이 파괴되었다가 다시 생겨나면서
수령이 어린 동백나무가 매우 높은 밀도로 분포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계곡을 가로질러 이어지는 동백길도
비가 자주 오는 계절에는 주의가 필요하며 물이 불어나면 통행이 금지되기도 한다.
계곡의 규모에 따라 위험도도 다양할 듯한데
계곡 입구마다 우천시 하천 범람에 따른 통행을 금지하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동백길 구간에는 일제가 한라산 중허리를 돌아가며 건설한 하치마키 도로 흔적이 잘 남아있다.
하치마키는 머리에 두른 띠를 말하는데 일제가 한라산 중간을 빙 둘러
병참로를 건설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길은 계속해서 너덜로 이어지고 전망이 트이지 않는 답답한 숲길이 지속되니
가끔씩 만나는 단풍 나무를 통해 하늘을 올려다 본다.
동백길에서는 숯가마터가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다고 하는데
숯가마 위에 나무가 자라면서 원형이 점점 허물어져 가고 있다.
숲이 날씨 상태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빽빽하게 우거졌있어
키 큰 나무 역시 하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준다.
바위가 없으면 생존이 어려운듯
줄기와 뿌리를 총 동원하여 온몸으로 굳건하게 바위를 감싸고 서있다.
동백길 진입 후 1시간 40분이 지나 너른 공터를 만나 점심을 먹기로 한다.
공터 구석에 숯가마터와 다르게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굴 같은 지형이 눈길을 끈다.
공터에서 약 1시간 동안 점심 시간을 보내고 다시 오후의 여정을 이어간다.
예상외로 진행 속도가 느린 것은 오르막 경사보다는 너덜길이 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주둔소는 4.3시기인 1950년대 초반 무장대 토벌을 위해 구축된 것으로 추정한다.
당시 주둔소 설치를 위해 인근 주민들이 많은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시오름(雄岳, ↑758m)까지 그리 멀지 않으니 연계하여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추억의 숲길은 1115번 산록 도로에서 이어지는 길로
선조들이 오가던 옛길을 보존하고 역사 문화 학습장으로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림과 같이 동백길의 삼나무숲~편백숲과 연계하여 추억의 숲길을 별도로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동백길 중반을 넘으면서(약 7km 지점) 길은 삼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삼나무는 1900년대 초 일본에서 도입된 나무로 난대 및 온대 남부수종으로 강우량이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수령이 길기 때문에 각종 전설이 깃들여 있는 나무들이 많으며, 일본에는 2~3천 년생 나무가 유명하다.
사농바치터는 예전에 사냥꾼들이 숲길을 오가면서 쉬어가던 공동 쉼터라고 한다.
(사농바치는 사냥꾼의 제주 방언)
동백길 15번 째 이정목(~7.3km)을 지나면서 편백나무가 빽빽한 쉼터가 나온다.
삼나무숲에 이어 키 큰 나무들의 웅장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약 600그루의 편백나무가 분포되어 있는데
편백나무는 피톤치드를 대량 뿜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로인해 항균 및 알레르기 예방과 면역기능 증대에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동백길은 유난히 너덜길이 많다.
비교적 평탄하게 조성된 너덜이지만 오래 걷다보니 피로감이 몰려온다.
이곳에서 미악산(솔오름)까지는 2km 거리이다.
솔오름은 높이 113m로 낮은 편이나 정상에 데크 전망대가 있어 서귀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나무 한 그루가 바위 위에서 뿌리를 드러내고 허공에 떠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뿌리는 반드시 땅속에 있어야 한다는 법칙을 깬 억척스러운 생명력에 감탄할 뿐이다.
오늘 트레킹의 막바지에 계곡과 어우러진 멋진 단풍 명소를 만났다.
색색으로 물든 다양한 종류의 나뭇잎들이 파스텔 톤으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비록 물이 흐르지 않는 마른 계곡이지만
바위와 어우러진 가을 풍경이 나름대로 멋진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다.
종점까지 500m가 남은 지점에서 마지막 22번째 이정목을 통과한다.
끝은 또 다른 시작점...
끝은 비로소 완수했다는 성취감과 함께 늘 아쉬움과 미련이 남게 마련이다.
길 가 숲에는 열매 맺힌 천남성이 자주 보인다.
천남성은 유독성 식물로 우리나라 전국의 숲속 나무 밑이나 습기가 많은 곳에 자란다.
하루 해가 기울며 황혼이 깃드는 시간
숲을 벗어나자 마치 긴 터널을 빠져나와 빛의 세계에 들어온 듯
석양속에 서귀포 앞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돈내코 탐방로는 한라산백록담 화구벽의 웅장한 자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코스다.
이곳에서 윗세오름까지 9.1km 거리이며 동절기 입산 가능 시간은 06:00시~10:00시이다.
돈내코 탐방안내소에서 충혼묘지 앞 도로에 내려와 오늘의 트레킹을 마친다.
계절상 동백꽃을 보지 못하고 긴 시간 숲속을 걸으며 전망을 볼 수 없었던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사람들에게 길을 내어주면서 최대한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언젠가 동백길에서 동백꽃과 함께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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