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 가족여행
완도에서 배를 타고 약 50분이면 청산도 도청항에 도착한다.
청산도는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면에 딸린 면적 33.28㎢, 해안선 길이 42km, 인구 약 2,300명 규모의 섬이다. 사시사철 섬이 푸르다고 해서 ‘청산도’라 부르며, 옛날 사람들은 신선이 사는 섬이라 해서 ‘선산도’ 또는 ‘선원도’라 불렀다고도 한다.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청산도는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된 곳으로 느림을 통해 삶에 쉼표를 그릴 수 있는 섬이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가족과 함께 2박 3일간 청산도에 머물며 담아 온 사진을 추억으로 남겨본다.
도청항은 청산도의 나들목이면서 각종 편의시설과 숙박시설이 있는 섬의 중심지이다.
우리가 머물 숙소는 섬 반대편인 동쪽 신흥해변에 있어 차를타고 이동한다.
언덕을 넘어서며 멀리 신흥해변이 내려다 보인다.
섬 동부에 위치한 이 해수욕장은 수심이 완만하고 썰물 때면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2km나 드러난다.
한 때 KBS 2TV 1박2일이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되었다고 한다.
신흥리 풀등 해수욕장 언덕에 위치한 자연친화적인 황토 펜션이면서
청산도에서 나고 자란 먹거리만을 제공한다는 주인아주머니의 음식 솜씨가 매우 훌륭한 집이다.
도착 첫날 저녁을 먹고 노을을 보기 위해 섬 북서쪽의 지리 청송해변을 찾았다.
청송해변은 폭 100m, 길이 1.2km의 백사장이 펼쳐진 수심이 완만한 해수욕장으로,
200년 이상 된 소나무가 해변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지는 해가 구름 속을 오가더니 금세 바다 밑으로 사라진다.
청산도의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지만, 오늘은 날씨 조건이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닌 듯하다.
다음날 아침, 일출을 볼 수 있을까 하고 슬로길을 따라 항도로 나가 보았지만
해무와 구름이 시야를 가려 해돋이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아침을 먹고 나서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무릅쓰고 청산도 관광에 나선다.
도청항에서 해안을 따라 오른쪽 언덕길을 오르면 영화 서편제 촬영지가 나온다.
이 길에서 주인공 세 사람이 진도 아리랑을 부르며 돌담길을 내려오는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촬영되었다.
언덕을 지나 당리마을로 들어가면 마을 입구에 당시 촬영했던 초가집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당리 마을 언덕은 KBS 2TV 드라마 《봄의 왈츠》가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세트장으로 사용된 언덕 위의 하얀 집이 역시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주변의 자연환경과 아름답게 어우러진 그림과 같은 집이다.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 주인공 김선아와 이동욱이
자전거 데이트와 캠핑 등 멋진 로맨스 장면을 연출했던 곳이란다.
멀리 보길도와 주변 섬들이 보이는 화랑포는
예부터 선비가 풍류를 나누고 시가를 읊조리기 위해 찾던 천혜의 절경지로
화창한 날이면 아름다운 천연색의 바다 위에 파도가 이는 모양이 꽃과 같다 하여 화랑포(花浪浦)라 부른다고 한다.
물속이 아니면 밖에 오래 머물기 어려울 정도로
무더위 속에 한여름 햇볕이 무척이나 강하게 내리쬐는 날이다.
청산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이곳 전망대에서
날씨가 좋은 날에는 여서도, 거문도,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범바위는 권덕리에서 보면 어미 범이 뒤 따라오는 새끼 범을 돌아보는 형상을 띠며
바람이 불면 바람구멍을 통해 마치 범이 우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청산도는 산소 음이온의 발생량이 전국에서 가장 풍부한 곳이며,
이곳 범바위 주변(상도) 지역은 나침반이 빙글빙글 돌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자기장(磁氣場)이 강한 곳이라고 한다.
한낮에 섬 주변을 둘러보다 더위에 지쳐 일찍 숙소에서 쉬고
다음날 새벽 다시 일출을 보기 위해 북쪽의 진산리 일출전망대에 나가 보았지만
역시 아침 안개와 구름에 가려 이날도 해가 보이지 않았다.
진산리 해수욕장은 해변이 모래사장이 아닌 동글동글한 갯돌로 이루어진 곳으로,
신흥리 해수욕장과 더불어 해돋이를 조망할 수 있는 해변이다.
마지막 날 오전 숙소를 나와 청산도를 나가는 뱃시간을 기다리며
다시 청송해변에 들러 여유 시간을 보낸다.
청산도에는 11개의 슬로길(총 42.195km)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 길은 청산도 주민들이 마을 간 이동로로 이용하던 길로서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하여 슬로길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슬로길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선정되었으며 길이 지닌 풍경, 길에 사는 사람과 동물, 길에 얽힌 이야기가 어우러져 거닐 수 있도록 되어 있다.
2박 3일 동안 청산도에 머물면서 여름 한낮의 무더위 탓에 곳곳의 볼거리를 제대로 감상할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 아쉽다. 원래 이곳은 한여름에도 그다지 덥지 않은데 내륙이 흐리고 비가 오면 이곳은 더 더워진다고 한다. 욕심 같아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전체 슬로길을 걸어보고 또 풍류가 담겨 있는 청산 8경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다음 기회를 위해 여운을 남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