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가 찾아온 주말.. 환상적인 눈꽃을 기대하며 어의곡에 도착하여 비로봉에 올랐다. 겨울철이면 하얀 눈을 머리에 이어 소백이라 칭했듯이 소백산은 부드러운 능선을 뒤덮은 고산의 설화와 상고대가 두드러져 겨울철 눈꽃 산행지로 명성이 높은 산이다. 오늘 산행은 어의곡을 출발하여 비로봉에 오른 후 북쪽의 국망봉을 거쳐 늦은맥이제로 하산하는 계획이었지만 정상부의 매서운 칼바람과 체력의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올랐던 길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산행일자 : 2017년 01월 14일 (토)
△산행코스 : 어의곡탐방지원센터 → 어의곡삼거리 → 비로봉 → 어의곡삼거리 → 어의곡탐방지원센터 (원점회귀)
△산행거리 : 10.9km
△소요시간 : 5시간 44분 (휴식 57분 포함)
아침 8시 반경 어의곡탐방센터에서 산행을 시작하는데
영하 11도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의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기온이 낮으니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는 중에도 손발이 얼어 감각이 무뎌진다.
동상에 걸릴까 염려되어 장갑 안에 핫팩을 넣고 진행한다.
긴 계단이 끝나자 길은 잠시 완만해지고 빽빽히 자라난 전나무 숲을 지난다.
능선의 나무들에 눈꽃이 보이기 시작하고
간간이 마주치는 하산하는 이들의 굳어진 표정에서 긴장감이 전해온다.
눈꽃과 상고대를 반기는 것도 잠시뿐..
겨울 소백은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매서운 바람으로 막아선다.
숲을 벗어나자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현저한 기온차이가 느껴진다.
능선에 올라서자 조망이 트이고
온통 새하얀 설국의 풍경이 눈앞에 다가온다.
어의곡삼거리의 이정목에 형성된 날카로운 상고대가
능선에서 맞이하는 한겨울 소백의 칼바람의 위력을 말해주고 있다.
계속해서 비로봉으로 향하며 예정된 국망봉쪽을 바라보고
과연 이같은 날씨에 저곳을 지나간 이들이 있기는 할까 하는 의구심을 가져본다.
비로봉 아래 작은 언덕 위의 저 바위무덤이
오늘은 바람을 피하며 잠시 정상 도전을 준비하는 소중한 장소가 되고 있다.
저곳에서 겉옷을 하나 더 껴입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비장한 각오로 비로봉으로 향한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을 뚫고 걷는 이 길이
오늘의 최대 난코스이면서 소백산의 한겨울 칼바람을 체험할 수 있는 코스였다.
매서운 바람의 떨림으로 사진이 제대로 찍힐지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 댔는데
이정도의 사진이 나올 수 있었던게 다행이다.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어 몇번이고 몸을 가눠야 했던 비로봉 길.
서쪽에서 불어오는 강풍에 얼굴의 피부 세포가 파괴되는 듯 고통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까운 거리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과정이었는데
돌아서서 담아본 사진속 경관은 흰눈에 덮힌 채 고요하기 그지없다.
간간이 보이는 능선의 나무들은
혹독한 겨울 바람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서있고..
생명이 사라진 동토처럼 보이는 이곳도
봄이되면 또 푸른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낼 것이다.
마침내 칼바람을 뚫고 도착한 비로봉 정상.. 그 어느때 보다 감회가 남다르다.
여전히 눈을 뜨기 조차 힘든 바람속에 정상을 한 바퀴 돌아본다.
주목군락지와 천동삼거리가 있는 서쪽으로 연화봉 방향 능선이 이어지고
가운데 뒤쪽에 금수산이 보이고 왼쪽 뒤로 희미하게 월악산이 보인다.
연화봉 너머 남쪽으로 흰봉산-도솔봉-묘적봉의 백두대간 줄기가 이어진다.
금계호가 내려다 보이는 비로사 방향에서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오르는데..
이 동쪽 사면은 서풍의 영향을 덜 받을 듯 하다.
하지만 눈보라를 일으키며 계곡 사이를 휘도는 강풍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바람이 적은 정상 동쪽 사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어의곡삼거리로 방향으로 내려선다.
역시 능선을 넘는 칼바람이 여전하지만 열심히 카메라를 들이대 본다.
사진속 풍경은 지극히 완만하고 고요해 보이지만
오늘은 저 둥그런 봉우리와 뒤쪽 비로봉까지 약 300m의 짧은 거리가 마의 구간이 되고 있다.
어의곡 삼거리로 되돌아 오며 가야할 국망봉 능선을 바라보니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체력도 문제인데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탓에 길이 눈속에 묻혔기 때문이다.
오늘 같은 추위와 남은 체력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판단에
처음으로 밟아 보고자 했던 국망봉은 또 다시 마음속에 담아두기로 한다.
숲길로 내려서며 다시 하얀 상고대 핀 나무들을 마주하니
바람을 막아주는 울창한 숲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하산길에 마주친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어떤 기대와 생각으로 정상으로 향할까?
아무도 묻지는 않았지만..
한겨울 소백의 칼바람은 단단히 준비하고 각오 한 뒤 맞이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기대와 우려속에 출발했던 어의곡탐방길..
혹한의 겨울 소백산의 칼바람을 체험했다는 성취감과
계획대로 산행을 이어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교차하는 산행이 되었다.
겨울 산행은 방풍, 방한, 보온을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도
오늘 산행에서 얻은 경험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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