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에 다녀올 일이 있어 부근에 오후 일찍 산행을 마칠 수 있는 곳을 찾아보니 김제에 명산 모악산이 있다. 전국적인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이지만 비 예보가 없어 다행인데.. 산행 안내도를 보니 표시된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널려있고 미륵신앙의 본거지 답게 사찰들도 엄청나게 많다. 때문에 모악산을 제대로 둘러볼 대표적인 코스를 선택하는 것도 고민스럽다. 먼저 사람들의 접근이 비교적 적어 자연보존이 잘 되어 있다는 금산사 방향에서 출발키로 하고 원점회귀하는 적절한 거리를 예상해보니 도통사길로 올라 정상에서 남봉을 거쳐 하산하는 코스가 적당해 보인다. 길이 많으니 여차하면 진로를 바꿀 생각으로 일단 출발한다.
△산행코스 : 관광안내소 → 닭지붕 → 도통사길 → 매봉 → 북봉(헬기장) → 모악산 → 정상삼거리 → 모악정 → 금산사 → 관광안내소 .. (약 12.1km, 6:07분 소요)
(확대→이미지클릭)
모악산(母岳山)은 전북 김제시와 완주군 경계에 있는 높이 794m의 산이다. 아주 높은 산을 의미하는 ‘엄뫼’라는 명칭이 어머니산이라는 뜻으로 의역돼서 ‘모악’이라 했다는 기록과 산 정상에 어미가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형태의 바위가 있어 ‘모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호남평야에 우뚝 솟은 산으로 예로부터 미륵신앙의 본거지가 되었으며 난리를 피할 수 있는 피난처이자 명당이라 하여 각종 무속 신앙의 본거지로 널리 알려져 왔다.
김제시관광안내소 왼쪽에 있는 산행들머리..
별다른 이정표는 보이지 않는데, 앞의 모악산마실길 표지를 보고 산행을 시작한다.
현재시각 07:38분, 정상까지는 7.4km 거리이다.
잠시 후 도통사길 이정표가 보이는데..
한동안 둘레길 ‘예향천리 모악산 마실길’을 따라 걷는다.
둘레길치고는 제법 경사가 있는 숲길이지만 걷기 편하게 길이 잘 나있다.
안내판의 익살스런 글귀를 보며 잠시 거친 숨도 고르고..
길따라 빽빽히 늘어선 소나무들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닭지붕(217m)..
“오실때는 바람처럼 가실때는 흔적없이 가시옵소서”
작은 언덕위에 정자가 세워져 있는데 ‘닭지붕’ 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궁금하다.
이곳에서 도통사 길은 오른쪽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능선을 지나며 올들어 처음 만나는 까치수염..
까치수염은 가지의 갈라짐과 잎의 크기에서 큰까치수염과 구분이 된다.
ㅡ ▷까치수염 · 큰까치수염 ㅡ
잠시 오른쪽에 정상쪽으로 전망이 트이지만
날씨가 흐린데다 연무가 심해 원경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래쪽의 금산사를 당겨보지만 역시 뿌옇기만 하다.
도통사 갈림길..
왼쪽 도통사는 시간상 패스하고 직진방향의 정상으로 향한다.
출발지에서 약 3km 거리인 백운동뽕밭 삼거리에서
정상코스와 모악산 마실길이 갈라진다.
매봉으로 향하는 도통사길은 아늑하고 한적하다.
모악산에서 보기 드문 바위 무더기를 보니 새삼스런 느낌이 든다.
매봉 앞 헬기장(535m)에 이르러 잠시 땀을 식히며 휴식..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길이지만 바람 한 점 없이 무더운 날씨가 복병이다.
매봉 능선이 눈앞에 보이니 거의 다 왔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2.8km 거리이다.
숲길에 유난히 많이 보이는 싸리꽃인데..
어린 가지와 잎에 털이 있고 잎이 길쭉한 것으로 보아 털조록싸리인 듯하다.
ㅡ ▷털조록싸리 ㅡ
매봉을 오르며 정상과 이어지는 능선들이 보이는데
겨우 분간이 될 정도로 연무가 자욱하다.
답답하지만 오늘 산행에서 조망은 포기할 수 밖에 없다.
매봉(570m)..
정상 북서쪽 2.5km 거리에 솟아 있는 정상석도 조망도 없는 평범한 봉우리이다.
안내도에 나와 있는 전망데크까지 가보려고 조금 내려서다가
이런 날씨에 무슨 전망인가라는 생각에 금새 포기하고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부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며..
봉우리를 덮고 있는 송신탑의 이색적인 모습이 그 형체를 드러내고..
숲속 곳곳에 아늑하게 자리한 쉼터가 눈에 띈다.
능선을 잇는 작은 봉우리에는 편하게 우회로가 있지만
직접 오르면 왼쪽으로 활짝 열린 전망터를 만나게 되는데
날씨만 좋았다면 능선 너머로 전주시내가 훤히 보일 조망이다.
심원암길 갈림길이 있는 북봉 헬기장..
헬기장을 지나며 정상이 코앞에 보이는데..
실제 닿을 수 있는 모악산 정상은 철탑 사이의 건물 뒷편에 있으며
건물 옥상에 올라서서 사방의 조망을 볼 수 있다.
모악산 송신탑은 1977년 KBS전주방송국이 TV방송 전파송출을 위해 설치했는데..
산 정상을 점령하고 있는 저 뾰족한 송신 시설들이 어쩌면 특이한 경관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산을 사랑하고 신성시하는 지역주민들에게는 흉물스런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모악산의 맑고 순수한 자연 보전을 위해 조기에 송신탑이 철거되길 바란다.
금산사 갈림길이 있는 정상 삼거리를 지나며..
계단으로 이어지는 정상 오름길..
500m 거리에 약 100m 정도의 고도차를 보인다.
모악산 정상(793.5m)..
197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드넓은 김제평야의 동쪽에 우뚝 솟아 호남평야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으며
매봉, 장군봉, 화율봉 등 크고 작은 수많은 봉우리들을 거느리고 있다..”
“정상에 오르면 김제평야와 만경강이 시야에 들어오고 동으로 전주가 발아래 있고,
남으로는 내장산, 서쪽으로는 변산반도가 멀리 보인다.”
나무팻말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는 모악산 정상의 모습..
왼쪽 계단을 올라 건물 옥상 전망대를 이용할 수 있다.
(송신소 옥상 개방 시간은 09:00~16:00)
무제봉과 560봉 그리고 오른쪽으로 상학능선이 이어지는 북쪽 조망..
능선 왼쪽 너머로 전주시내가 내려다 보일 조망이다.
원경이 보이지 않는 최악의 기상조건이지만
그래도 산정에 오른 기념으로 사방의 조망을 담아본다.
왼쪽 상학능선 끝에 모악산관광단지가 있고..
그 너머로 구이저수지와 경각산이 보일 동쪽 조망..
육중한 시설물들이 있는 남동쪽 조망..
남봉의 헬기장이 보이는 남쪽 조망..
원래 저 남봉을 지나기로 했었으나 시간상 정상삼거리로 되돌아와 하산한다.
지나온 북봉 헬기장과 오른쪽 뒤에 매봉이 보이는 북서쪽 조망..
능선 사이 계곡을 이루는 전주시내 방향의 북쪽 조망..
안내도를 보면 이 방향에 등로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왔던 길을 되돌아 하산..
금산사가 있는 서쪽의 계곡 아래 조망은 거의 보이지 않는데,
일반인들은 이용할 수 없는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
역시 올들어 처음 만난 털중나리..
털중나리는 줄기와 잎에 솜털이 밀생하고 중나리보다 이른 6월에 꽃이 핀다.
ㅡ ▷참나리 · 중나리 · 털중나리 · 하늘말나리 ㅡ
정상삼거리에 되돌아와 이른 점심을 먹고 하산..
하산길에 접어드니 쏴~하는 소리와 함께 가랑비가 내린다.
다행히 빗줄기가 가늘어 숲속 길은 별 영향이 없다.
하얀 나비가 나플거리는 듯.. 다시만난 산딸나무꽃
ㅡ ▷산딸나무 ㅡ
금산사 방향의 코스는 계곡이 있는 임도에 이를 때까지 철계단과 나무계단의 연속이다.
계곡을 곁에 두고 임도를 따라 내려서는데..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또 하나의 복병은 끊임없이 달려드는 날벌레들이다.
모악정..
수량이 조금 부족하지만 멋진 폭포를 이루는 계곡..
개활지에 나서며 돌아보니 희미하게 정상부가 올려다 보인다.
그렇다. 그걸 알면서도..
인간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소유에 집착하는가..
(확대→이미지클릭)
금산사는 백제 법왕 원년(599)에 창건되어 수 많은 고승 대덕 스님들이 주석하던 절이다.
우리나라 굴지의 거찰로 경내에는 국보 제62호 미륵전을 비롯하여 수 많은 보물들이 있으며
일대가 사적 제496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금산사 경내를 잠시 둘러본다.
금산사는 호남 4경의 하나로 10종의 각종 주요문화재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명성에 걸맞게 규모도 크고 볼거리가 많은 매우 아름다운 사찰이다.
ㅡ ▷호남 4경 : ① 금산사의 봄 경치, ② 변산반도의 여름풍경, ③ 내장산의 가을단풍, ④ 백양사의 설경 ㅡ
대적광전(大寂光殿).. 사찰의 중심인 대웅전 건물이다.
대적광전 내 불상(일부)..
미륵전.. 국보 제62호
1635년(인조 13)에 지은 목조건물로 겉모양이 3층으로 된 한국의 유일한 법당이며 내부는 통층(通層)이다.
법당 내부에는 높이 11.82m의 거대한 금동불상이 봉안되어 있다.
금산사의 여러 보물 중 하나인 육각다층석탑..
고려초의 석탑으로 우리나라의 탑이 대부분 화강암으로 만든 방형탑(方形塔)인데 비해
이 탑은 점판암의 육각다층석탑임이 특색이란다.
고고한 자태로 경내를 장식하는 왕벚나무..
천년 고찰에 걸맞는 고목들의 기풍도 대단하다.
사찰을 나서며 돌아본 일주문..
모악산에는 수많은 불교사찰들이 있지만 아마도 금산사가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절일 듯하다.
빗줄기가 다시 굵어지고 시간도 촉박하여 서둘러 산행을 마무리 한다.
모악산은 봄 경관이 아름다운 산으로
봄이되면 산 전체에 벚꽃이 만발하고 신록이 우거져 예로부터 모악춘경(母岳春景)이라 불려졌으며
4월에는 주차장에서 일주문에 이르기까지의 벚꽃 터널이 장관을 이룬다 하니
화창한 봄날 모악산을 찾는다면 그 진수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GPS 산행 기록
( 전북김제시모악산_20160620_073838.gpx )
모악산 산행안내도 (출처 : www.joytr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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