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청명한 날씨를 보였던 주말을 맞아 그간 기회를 엿보던 전남 강진의 덕룡산-주작산으로 진달래 산행을 다녀왔다. 진달래 피는 시기에 맞춰 출발한 만큼 산행 내내 분홍빛 진달래와 함께 할 수 있었지만, 멋진 경관을 마주하는 댓가로 험한 암봉을 오르내리며 체력적 부담을 톡톡히 치러야 했던 산행이었다.
△산행일자 : 2017년 04월 08일 (토)
△산행코스 : 소석문 → 덕룡산 → 덕룡봉 → 작천소령 → 오소재갈림길 → 주작산 → 휴양림관리소
△산행거리 : 11.6km
△소요시간 : 10시간 13분 (휴식 2시간 26분 포함)
덕룡산-주작산은 해남군 옥천면에서 바라보면 꾸물거리는 용의 모습으로, 강진 도암면이나 해남 북일면에서 보면 커다란 새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험한 바위산이다. 암릉과 진달래, 철쭉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데다가 바다를 배경으로 암릉산행의 묘미까지 더해져 손꼽히는 봄 산행의 명소가 되고 있다. 코스의 난이도가 높아 체력소모가 많음으로 산행시간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소석문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다리를 건너 산행을 시작한다.
이미 주차된 약간의 차량행렬이 보이지만 예상외로 주말 산행객들이 많지는 않았다.
능선에 올라서니 산아래 소석문골이 내려다 보이고
건너편에 거친 바위산의 골격을 드러낸 석문산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능선을 걸으며 한동안 오른쪽에 함께하는 봉황제 또한 눈길을 끈다.
지금쯤 과연 진달래가 만개했을까 우려했었지만
덕룡산 진달래는 이번주부터 절정을 이루는듯 하다.
맞은편 석문산과 그 뒤쪽의 만덕산이 덕룡산과 쌍벽을 이룰듯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가야할 봉우리 뒤로는 왼쪽 멀리 오늘의 종착지 주작산이 보이는데,
아직 덕룡산의 험준한 암릉은 그 진면목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걸음을 머뭇거리게 하는 건 험한 바윗길만이 아니다.
이토록 곱고 화려한 진달래 앞에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가 없다.
가야할 길은 멀고, 앞으로 더 멋진 경관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풍경앞에 산행 초반부터 시간은 자꾸만 지체된다.
봉황제 너머 해남쪽에는 아직 아침 안개의 잔해가 남아있어
좀 더 이른 시간이었다면 멋진 운무를 감상할 수 있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밀집된 군락을 이루지는 않았지만
거친 암릉 사이사이 흩뿌려지듯 채색된 분홍빛이 나름 멋스럽게 다가온다.
메마른 바위틈에도 굳세게 뿌리를 내린 나무들도
마침내 꽃을 피워내고야 만다.
정신없이 오르내리다보니 어느새 동봉에 도착했다.
덕룡산 동봉은 이웃한 서봉과 쌍봉을 이루는 봉우리이다.
조망 좋은 동봉에서 멋진 경관을 둘러보며 여유롭게 산행을 이어간다.
진행 방향으로 덕룡산의 암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웃한 서봉을 비롯하여 이어지는 암봉들 너머로 덕룡산 최고봉인 덕룡봉이 보이고
그 뒤로 두륜산의 노승봉, 가련봉을 중심으로 좌우에 위봉과 고계봉 마루가 보인다.
덕룡산을 ‘남도의 공룡능선’이라고도 한다.
높이에 비해 1000m급 산에 견줄 만큼 산세가 웅장하고
험준한 암봉과 암릉으로 설악산의 용아릉이나 공룡능선에 비교되곤 한다.
동봉을 내려와 다시 서봉을 오르는데
험준한 암봉을 마주하면서도 우회로가 별로 없는 것이 덕룡산 산행의 특징이다.
동봉에서 가까운 거리지만 힘겨운 오르내림 끝에 덕룡산의 주봉 서봉에 올라선다.
시원하게 전망이 트인 서봉 정상에서 다시한번 주변 전망을 담아본다.
서봉을 내려서자 잠시 암봉 사이의 평탄한 안부가 이어진다.
화원처럼 아름답게 장식된 산정에서 흙길을 만나니 반갑기만 하다.
멋진 조망속에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동봉과 서봉을 지나서도 넘어야 할 암봉들이 한동안 이어진다.
원경이 선명하진 않지만 시원하게 펼쳐진 동쪽 도암면 들녘 너머로
청정해역 강진만의 가우도와 뒷쪽에 천관산을 담아 본다.
439암봉을 넘어서자 막바지 암봉들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그 뒤로 덕룡봉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산세의 능선이 보이는데,
이제 암릉이 끝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지만, 아직은 긴장을 늦출 단계가 아니다.
결코 우회란 없다! 이것이 덕룡산 산행의 원칙이다.
계속되는 오르내림에 몸이 지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절경에 탄성이 절로나며 피로를 잊게한다.
주먹바위를 지나 마지막 암봉에 오르자
봉양제 너머 주작산 자락이 가까이 다가오고
능선따라 구불구불 덕룡봉으로 이어지는 길이 반갑게 다가온다.
이제 날카로운 암릉 지대가 끝나고 마지막 덕룡봉까지 부드러운 육산이 이어진다.
이 또한 거친 암릉과 육산의 면모를 겸비한 덕룡산의 멋이 아닐 수 없다.
돌아볼수록 멀어져만 가는 길이지만
또 하나의 추억이요 그리움으로 남을 흔적이리라.
봄볕 치고는 햇볕이 제법 따갑게 느껴진다.
지친 몸을 쉬어갈 마땅한 그늘이 없는 길이지만
때때로 눈을 즐겁게 하는 아름다운 장면들이 피로를 잊게 해준다.
덕룡봉 정상 부근에 연초록 새순과 분홍빛이 어우러져 더욱 신선한 느낌을 전해준다.
덕룡봉은 덕룡산의 최고봉이다.
정상석에 주작산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주작산 주봉은 이곳에서 2km 떨어져 있다.
덕룡봉에서 시원한 조망을 즐기며 한동안 쉬어 간다.
도중에 막걸리 장수를 만나 한 병 사가지고 온 게 피로 회복에 큰 힘이 되었다.
이제 덕룡봉에서 작천소령으로 내려와 주작산으로 향한다.
체력적인 부담이 있지만 일몰까지 시간이 충분하니 마지막 힘을 내본다.
풍수지리에서는 ‘주작산 봉우리가 주작(朱雀)의 머리라 하고,
오른쪽(남서) 작천소령에서 오소재에 이르는 능선이 오른쪽 날개이며,
왼쪽(북동)의 덕룡산에 이르는 능선이 왼쪽 날개’ 라 한다.
작천소령은 주작산 휴양림(좌)에서 해남(우)으로 넘어가는 고개이자,
도암 소석문에서 해남 북일 오소재까지 이어지는 덕룡산줄기가 교차하는 곳이다.
난을 재배하는 농원이 있어 ‘난농원’이라는 지명을 이용하기도 했으며,
국립지리원 ‘작천소령’ 표기와 달리 주민들은 ‘쉬양리재’, ‘네거리재’로 불러왔다고 한다.
건너편 암봉을 당겨보니 바위 주변이 분홍빛 진달래로 멋지게 장식되어 있다.
작천소령을 지나 오소재 갈림길 능선에 올라서자
힘차게 솟은 암봉 주변에 절정을 이룬 진달래가 반긴다.
화사한 분홍빛 풍경속을 지나 주작산으로 향한다.
오른쪽에 주작의 오른쪽 날개에 해당되는 암봉 능선과
두륜산의 고계봉~노승봉~가련봉, 도솔봉, 위봉 마루금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남방을 지켜낸다는 주작의 머리에 해당하는 봉우리지만 조망은 닫혀있다.
역시 힘이 느껴지는 덕룡산 줄기이다.
이곳에서 일출을 본다면 얼마나 멋질까를 상상해 보고
주작산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하산한다.
팔각정 앞 임도로 내려와 계곡길로 접어든 뒤
휴양림관리소에 이르러 오늘 산행을 마친다. (18:02)
오늘 산행은 거리나 높이에 비해 예상외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아침에 일찍 출발하지 않았다면 계획된 구간을 다 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연속되는 암봉을 오르내리면서 체력 소모가 많았고
멋진 경관 앞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먼 길을 차로 이동하며 힘든 하루를 보냈지만
진달래와 어우러진 암릉 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알찬 시간이었다.
덕룡산-주작산 산행안내도 (출처 : www.joytr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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