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산행은 동기/후배들의 모임에서 진행한 신년 산행이다. 일부 지방에 대설예보가 있었고 출발 시에 눈발이 날려 지난번 산행에서 보지 못했던 태백산의 화려한 눈꽃을 기대했지만 설경 명산에서도 멋진 설경은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대신 신선한 겨울바람속에 새해 태백산의 정기를 받고 산정의 멋진 주목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을 기록해 본다.
△산행일자 : 2018년 02월 03일 (토)
△산행코스 : 화방재→유일사쉼터→장군봉→천제단→하제단→반재→당골광장
△산행거리 : 10.5km (GPS측정 기준)
△소요시간 : 7시간 00분 (휴식/사진촬영 1시간 53분 포함)
이번에도 출발은 비교적 한산한 화방재에서 시작하여 유일사쉼터를 지나 천제단에 올랐다. 천제단에서 잠시 하제단으로 내려와 점심 시간을 갖는데, 준비해 간 몽골텐트 속에서 거의 두 시간 가량 머물며 점심을 즐기고 오후 4시쯤에 다시 천제단에서 당골광장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진행하였다.
들머리 화방재..
눈발이 날리는 한파속에 모두들 완전 무장 차림이다.
오늘도 설레임과 긴장감을 안고 산행을 시작한다.
전나무 숲이 우거진 고개를 넘어
백두대간 기념비가 있는 사길령을 지난다.
사길령에서 왼쪽 골짜기를 바라보는데
왼쪽 기와집 건물이 팔보암인 듯 하고
그 아래는 또 다른 태백산 들머리 유일사매표소 방향이다.
눈 덮힌 숲길을 지나며
고요한 겨울 숲의 정적을 깨는 발자국을 이어간다.
이어서 산령각을 지나는데..
오늘도 산령각 앞은 깔끔하게 눈이 치워져 있고
당집을 지키는 지킴이가 서있다.
유일사쉼터 직전 바위전망터에 다가가 보지만
눈에 묻혀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다.
유일사쉼터를 지나 천제단으로 향하는 등로는
오늘도 수많은 주말 산객들로 붐비고 있다.
고도가 높아지며 눈을 뒤집어 쓴 주목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아직까지 주목과 구상나무를 한눈에 구분하질 못하는데..
둘 다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나무로 외형이 비슷하게 보인다.
주로 잎새와 열매로 구분한다지만 이는 시기에 맞춰 미세한 관찰을 요하고..
또 다른 구분은 주목의 수피는 붉은 빛을 띠고 있다.
능선에 올라서니 청명하게 하늘이 열리고
북쪽으로 함백산과 매봉산 방향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이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보호수들이
멋지게 가지를 늘어뜨린 채 산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주목 군락지인 태백산에는
약 3,000주가 분포하는데 대부분 수령 500년 이상의 고목들로
천 년의 세월을 버티고 살아남은 기묘한 자태로 태백산을 빛내고 있다.
눈이 그치고 하늘은 개었지만
정상에 다가갈수록 능선을 넘나드는 세찬 바람을 맞아야 한다.
비바람과 눈보라에도 언제나 한결같은 저 고고한 자태..
세월의 무게에 몸은 휘고 굽을지라도 그 기개는 여전하고..
태백산 주목의 하일라이트는 바로 이곳이 아닐까..
멋진 배경이 되어주는 만큼 많은 사람들의 기념촬영이 이어지고..
인파와 부딪히며 기다림의 인내를 발휘하여 주목들을 담아본다.
주목을 담으며 능선을 올라 장군봉에 도착..
태백산의 최고봉 장군봉(1,567m)..
언젠가 장군봉 일출을 맞이할 기회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장군봉에서 천왕단으로 향하는 길..
생과 사가 공존하는 듯한 기묘한 형상의 주목..
천왕단에 오르며 돌아본 장군봉..
완만한 산세에 장중한 느낌이 전해지는 태백산의 모습이다.
이어서 천왕단이 있는 영봉에 도착..
태백산 정상에는 예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이 있는데
천왕단을 중심으로 북쪽 장군봉의 장군단과 남쪽 아래의 하제단 등 3기로 구성되어 있다.
제단에 올라 기념촬영과 큰절을 올리는 이들도 보이는데..
북적이는 인파를 피해 주변 경관을 돌아본 뒤 하단으로 내려선다.
천왕단에서 바라본 남쪽 경관..
왼쪽 부쇠봉에서 가운데 신선봉을 지나
오른쪽 구룡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조망된다.
문수봉이 보이는 동쪽 조망..
보통은 영봉을 지나 저 문수봉까지 산행을 이어가지만
오늘은 시간상 영봉에서 곧바로 하산할 예정이다.
남쪽으로 마주보이는 부쇠봉..
부쇠봉은 주변에 부싯돌로 쓰이는 돌이 많아 명명됐다는 설과
단군의 아들 부소왕자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부쇠봉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
신선봉과 구룡산이 보이는 서남쪽 조망..
하제단에서 일행들이 점심을 즐기는 동안
부쇠봉 아래에 있는 멋진 주목을 보러 잠시 나아가 본다.
능선에서 기이한 형상의 괴목을 만나고..
백두대간 갈림길을 지나..
문수봉쪽으로 좀 더 나아가..
멋진 자태의 바로 그 주목을 만난다.
기대했던 눈꽃은 피지 않았지만
태백산 등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최고의 주목 중 하나이다.
부쇠봉 방향에서 바라본 천왕단이 있는 영봉..
이제 하제단으로 돌아와 하산을 위해 다시 영봉에 오른다.
산객들이 모두 하산한 늦은 오후의 천왕단..
예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왕단은
지금도 매년 개천절에 천제를 지내는 성스러운 곳이다.
산객들이 떠나 조용한 정상에서
여유롭게 인증을 마치고 망경사 방향으로 하산한다.
망경사로 내려서며 바라보이는 태백-삼척의 산군들..
오른쪽에 문수봉을 비롯해 가운데 멀리 육백산과 백병산 능선이 보인다.
당겨본 문수봉(1,517m)..
천왕단 아래의 단종비각..
1457년 단종이 영월에서 승하한 뒤 태백산 산신령이 되었다고 전해지는데
지금의 비각은 1955년 망경사에서 건립하였다고 한다.
망경사 전경..
망경사는 652년(신라 진덕여왕 6년)에 자장이 창건하였으며
6.25전쟁 때 소실된 것을 나중에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백단사 갈림길 반재를 지나 당골로 내려서는 길..
태백산을 지키는 당골의 장군바위..
태백산 암괴류(岩塊流)..
얼음 조각이 전시된 당골광장에 도착하여 오늘의 산행을 마친다.
강한 바람과 낮은 기온에도 눈꽃이 피지 않았던 태백산..
느리게 걸었던 때문인지 유난히 추위를 느꼈던 산행이었지만
일행 모두가 무사히 하산할 수 있었던 즐거운 하루였다.
GPS 산행 기록
태백산 산행안내도 (출처 : www.joytr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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