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시원한 기운이 감도는 8월 하순, 오랜 친구들과 함께 지리산 둘레길을 찾았다.
지리산둘레길은 지리산 둘레 3개 도(전북, 전남, 경남), 5개 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을 잇는 295km의 도보길로
2012년 5월 환형의 전체 구간을 개통한 뒤 현재 22구간으로 운영중이다.
모임을 준비한 친구가 3구간으로 정했는데, 지리산둘레길은 처음 걸어보는 길이다.
오전 일찍 출발하면 하루에도 완주할 수 있는 구간이지만 1박2일 일정으로 여유롭게 진행했다.
△일자 : 2019년 8월 24일~25일 (1박 2일)
△코스 : 인월센터→매동마을(1박)→금계마을
△거리 : 27.1km (GPS측정 기준).. 안내도의 20.5km와는 큰 차이가 있음
△시간 : 7시간 56분 (휴식시간을 제외한 순수 이동시간)
남원시 지리산둘레길 구간 안내도 (확대↔이미지클릭)
지리산둘레길 3구간은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와 경상남도 마천면 의탄리를 잇는 20.5km의 길이다.
길은 농로, 차도, 임도, 숲길 등이 전 구간에 골고루 섞여있어 지루함 없이 다양한 풍경을 접하며 걸을 수 있다.
정오가 지나 남원에 도착한 뒤 점심을 먹고 인월마을을 출발하여 대략 중간지점인 매동마을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3코스 종점인 금계마을까지 이어가기로 한다.
지리산둘레길 남원센터
안내센터앞 주차장에 도착하여 출발 위치와 개략적인 구간 정보를 참고하고 트레킹을 시작한다.
람천과 서룡산~삼봉산
람천(남천)은 지리산 고리봉에서 발원하여 인월면~산내면을 흐르다 도계를 지나 임천이 된다.
임천은 남강, 남강은 본류인 낙동강이 되어 남해로 흐른다.
구인월교 건너 3구간 시작지점
둘레길 3구간은 저 서룡산(1,073m), 삼봉산(1,186m) 주변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게 된다.
곳곳에 이정목이 잘 세워져 있어 안내지도가 없어도 길을 이어가는데는 문제가 없다.
개천따라 중군마을로
출발지에서 약 2km 지점의 중군마을까지는 개천(람천) 둑길을 따라 걷는다.
중군마을
중군(中軍)마을은 고려말 왜구를 정벌하기 위해 군대가 주둔했던 것에서 유래하며
1385년(고려 우왕 10년)부터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중군마을을 지나 황매암으로
구간 내내 숲길도 많지만 시멘트 포장된 농로와 임도를 지나는 곳도 많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주랑흙집펜션
황매암(선화사) 갈림길
왼쪽 삼신암을 경유하는 길은 수성대 입구까지(1.1km) 포장도로로 이어지고
오른쪽 황매암 방향으로 가면 산길을 돌아 수성대 입구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1.8km).
황매암 가는길에 보이는 백운산 방향 경관
둘레길 3구간은 왼쪽 서룡산 능선과 가운데 백운산 사이로 이어진다.
황매암(선화사)
황매암은 2004년 일장스님이 창건한 조계종사찰로
주변에 노란 매화가 많이 피어 황매암이라 불렀는데, 지금은 선화사로 부르고 있다.
황매암 지나 이어지는 산길
오른쪽의 덕두산(1,150m)~바래봉(1,165m) 능선 아래 산자락 사면을 지나는 길이다.
수성대 입구 계곡
산길을 돌아 내려서면 다시 수성대 입구의 포장도로와 만난다.
계곡에 자리한 가판대에 앉아 막걸리 한 사발을 들고 잠시 쉬어 간다.
수성대 계곡으로 이어지는 숲길
수성대 계곡
수성대는 과거 전란 때 외성을 수비한 곳이라 해서 붙여진 지명으로 지형상 주변 관찰이 용이한 곳이다.
수성대 계곡물은 인근의 중군마을과 장항마을의 식수원으로 사용될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고 한다.
배너미재
수성대에서 덕두산 산자락을 따라가다 내리막이 시작되는 지점에 배너미재가 있다.
배너미재는 전설에 운봉이 호수일 때 배가 넘나들었던 곳이라고 한다.
배너미재의 괴목
배너미재에서 장항마을로
장항마을과 산내면소재지
장항마을은 1600년 경 장성이씨가 처음 정착하여 마을을 이루었으며
지세가 노루의 목과 같다고 하여 노루 장(獐)자와 목덜미 항(項)자를 써서 장항이라 하였다고 한다.
산내면 뒤에는 삼정산이 솟아있고 왼쪽 멀리 지리산 주능선이 펼쳐 보인다.
장항마을의 당산 소나무 풍경
수령 400년의 당산 소나무
마을에서는 지금도 매년 음력 1월 2일에 당산제를 지낸다고 한다.
장항마을로 내려서며 만난 느티나무
장항마을을 지나며 보이는 서룡산
마을 앞을 흐르는 람천을 사이에 두고 남원시 산내면 장항리와 대정리가 위치한다.
람천을 건너 대정리에서 오른쪽 언덕을 넘으면 오늘의 목적지 매동마을이다.
장항마을 앞을 흐르는 람천
매동마을로 들어서며
매동마을 공할머니집
하루를 묵게 될 매동마을에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현지에서 나는 재료로 제공되는 공할머니집 저녁식사에 육류는 멸치가 유일하다.
공할머니 민박집
저녁노을
온종일 구름 많은 날씨로 걷기에 쾌적한 기온이었는데
유난히 붉게 물든 저녁하늘을 덤으로 선사하고 있다.
매동마을에서 마주 보이는 삼정산
다음날 아침 나머지 구간을 이어가기위해 숙소를 나선다.
아침에 내렸던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이기 시작한다.
매동마을
매동마을은 마을 형국이 매화꽃을 닮은 명당이라 해서 매동(梅洞)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으며
고려 말에서 조선 중기에 걸쳐 네 개의 성씨(김, 박, 서, 오) 일가들이 들어와 일군 씨족마을이라고 한다.
언덕을 오르며 보이는 매동마을
매동마을을 지나 상황마을로
가파른 임도를 오르자 길은 다시 숲으로 이어지고, 한동안 서룡산 남쪽 산자락을 가로질러 걷는다.
생을 다한 괴목을 추모(?)
지리산 길섶갤러리 갈림길
작은 오르내림이 이어지는 산자락을 걸어 길섶갤러리 갈림길에 도착한다.
이정표에 금계마을까지 10.5km 로 표시된 것으로 보아 대략 3구간의 중간 지점이 될 듯하다.
우천시 우회 안내판이 있는 징검다리 길
중황리를 지나며
중황리에 들어서자 다시 오락가락 비가 내린다.
잠시 비를 피해 휴게소에 들러 이른 점심을 먹고 다시 상황마을로 향한다.
백운산과 삼정산 뒤로 보이는 지리산 능선
상황마을 다랑이논
상황마을은 파평윤씨 통정대부 윤천옥이 임진왜란때 등구치를 넘어 피난 가던 중
느티나무 숲에 마을 터를 닦아 정착한 후 마을이 형성된 곳이라고 한다.
상황마을에서 바라본 산내면과 세걸산~고리봉 마루금
상황마을 사과밭 풍경
등구재(登九峙)
등구재는 남원시 산내면과 함양군 마천면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이다.
아홉 구비를 오르는 고개라는 의미에서 등구치라 불렀으며
옛날에는 함양에서 이 고개를 넘어 산내와 운봉으로 왕래하였다고 한다.
등구재를 넘어서..
등구재 넘어 창원마을로
등구재를 넘어 함양군쪽으로 내려서니 다시 푸른 하늘이 화창하게 열린다.
창원마을까지는 계속해서 임도로 이어진다.
천왕봉이 보이는 지리산 정상
전망이 트이며 가까이에 지리산 정상을 마주하니 마음이 설레인다.
이제부터 천왕봉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창원마을로 들어서는 길목의 느티나무
창원 산촌생태마을
창원마을은 조선시대 마천면내의 각종 세로 거둔 물품들을 보관하던 창고가 있어
‘창말(창고 마을)’이었다가 이웃 원정마을과 합쳐져 현재의 창원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창원마을을 지나며 돌아본 풍경
창원마을은 옛날 함양을 오가던 오도재의 길목마을이기도 하여
재를 넘어가는 길손들의 안녕을 빌고 쉼터를 제공하던 산촌마을이었다고 한다.
지리산 정상 (하봉, 중봉, 천왕봉, 제석봉, 연화봉)
창원마을을 지나 금계마을로
돌아본 삼봉산(1,186m)
채석장 뒤로 보이는 와불산(1,213m)
금계마을로 향하는 마지막 산길
지리산 전망터
마천면 추성리 일대와 지리산
이제 산길을 벗어나 금계마을로 내려서면 3구간 종점에 이른다.
마지막 여정을 천왕봉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금계마을 너머로 보이는 지리산
지리산 정상을 마주보고 위치한 금계마을은 이름처럼 금닭이 알을 품는 ‘금계포란형’의 명당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금계마을
금계(金鷄)마을의 원래 이름은 ‘노디목’ 이었는데 칠선계곡에 있는 마을 사람들이
엄천강 징검다리(노디)를 건너는 물목마을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부처님 상이 새겨진 채석장 절벽
마을로 내려서며 바라보니 채석장의 깎여진 절벽 한쪽에 부처상이 보인다.
설악초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금계마을
3코스 종착점
금계마을을 내려와 마을 입구에서 3코스 종착을 표시하는 이정목을 마주한다.
비로소 이틀간의 트레킹을 마치며 ‘길의 끝은 또 다른 길의 시작’임을 알게된다.
엄천강 의탄교 너머로 보이는 지리산
의탄교를 건너 추성리로 들어서면 지리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칠선계곡이 있다.
지금은 출입이 제한되는 듯 하지만 예전에는 지리산 등산코스 중 가장 때묻지 않은 곳이라 했었다.
어느 여름 멋모르고 혼자 칠선계곡으로 오르다가 도중에 날이 저물어 야영을 하다
벼락치듯 굉음을 울리는 계곡물 소리에 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돌아오는 길에 차창밖으로 보이는 노을
지리산 둘레를 잇는 길..
자연과 마을, 역사와 문화의 의미를 다시 찾아내 잇고 보듬는 길..
길에서 만나는 사람,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모든 생명들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 보라 한다.
동반자와 함께 걸으며 에코 힐링을 느껴보는 것도 좋으리라.
바쁜 일로 시간을 못냈거나 병상에 있어 참석하지 못한 몇몇 친구들의 빈 자리가 아쉬웠지만
각자 다른 삶의 위치를 잠시 벗어나 함께 걸으며 우정을 나누었던 소중한 길이었다.
GPS 기록
'산행과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남] 검단산 (0) | 2019.09.19 |
---|---|
[영동] 월류봉 (0) | 2019.09.14 |
금오도 비렁길 (5, 4, 3코스) (0) | 2019.07.30 |
금오도 비렁길 (1, 2코스) (0) | 2019.07.29 |
[영동] 월이산 (0) | 2019.07.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