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1,157m)은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과 옥천면의 경계에 위치하며, 경기도에서 화악산(1,468m), 명지산(1,253m), 국망봉(1,167m)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산이다. 산세는 단순하며 대략 고도 800m를 경계로 상단부는 바위가 많은 암산, 하단부는 육산형으로, 급경사 구간이 많아 거리에 비해 힘이 든다. 이번 산행은 백운봉을 거쳐 용문산 정상에 오르는 코스로 진행했는데, 오전 늦게 출발한 탓에 하산 도중 야간 산행을 하게 되었다.
△산행일자 : 2020년 11월 04일 (수)
△산행코스 : 연안삼거리→백운봉→함왕봉→장군봉→용문산→용문사→용문산매표소
△산행거리 : 13.2km (GPS측정 기준)
△소요시간 : 7시간 53분 (휴식/사진촬영 53분 포함)
청명한 날씨에 만추의 풍경이 아름답다.
오전 11시경 연수리 버스 종점에 도착하여 백운봉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백운봉까지는 이정표 기준 4.1km 거리이다.
백운암까지 약 1km 거리... 차량 통행이 가능한 도로가 이어진다.
백운암 앞에서 왼쪽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백운봉(~3.0km)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다.
시간상 백운암 관람은 생략하고 곧바로 산길로 들어선다.
이곳 등로는 발길이 뜸한 편이지만 흔적이 뚜렷하고 간혹 이정표도 보여 등로를 벗어날 위험은 없다.
백운암에서 약 1km 거리에 있는 삼거리이다.
좌우로 등로 표시가 되어 있는데, 백운봉 등로는 오른쪽 길이다.
(지여우길은 ‘지금, 여기, 우리 숲길’을 의미하는 해발 400m 높이에서 수평으로 이어지는 둘레길)
백운암에서 약 1.7km..
이곳은 1920년 경부터 1970년대까지 숯을 구워 냈던 곳이라고 한다.
숯가마터에서 약 1.2km 거리인 주능선 삼거리까지 계속해서 급경사 구간이다.
주능선 삼거리에서 백운봉 정상까지는 철계단이 놓여 있다.
백운봉 등산은 반대편 용문산 자연휴양림에서 능선길로 오르는 게 좀 더 편하고 전망도 나을 듯하다.
백운봉은 용문산 남쪽 능선에 솟은 봉우리로 ‘언제나 흰 구름이 감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뾰족하게 솟은 암봉의 모습을 보고 흔히 ‘경기의 마테호른’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360도 전망이 열린 백운봉 정상은 안전 데크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아무도 없는 정상에서 여유롭게 사방 경관을 사진에 담아본다.
원경이 그리 선명치 않지만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산마루를 당겨보니
직선거리로 약 90km 떨어진 멀리 오대산까지 조망된다.
주변 조망 담고 간단히 점심을 먹은 뒤 다시 계단을 내려와 용문산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까지 약 4.5km 거리로 초행에 시간이 가능할까 망설여졌지만 일단 시도해 보기로 한다.
완만해 보이던 능선길이 실제 걸어보니 거친 오르내림에 힘이 부친다.
일몰 전 하산은 포기하고 여유롭게 이동한다.
암봉을 오르며 돌아보니 역광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 백운봉이 멋지게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1819년 58세인 정약용이 ‘용문산 백운봉에 오르다’라는 장편의 시를 남겼는데
현대적 안전시설이 없던 때에 어떻게 저 험로를 올랐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까마득한 백운봉
이것이 용문산 주봉
칼끝 하나 하늘에 꽂히고
두 날개 흘러 보좌를 하여 들판에 장막 칠 때
한가운데 외기둥 버티듯 하네.”
...
(정약용의 ‘登龍門白雲峯’ 중에서)
정약용은 이 시에서 백운봉에 오르기까지의 힘든 역정(歷程)을 서술하고,
백운봉에서 바라보이는 주변 풍광을 묘사하였으며, 산맥의 내원을 고증하고,
자신의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다짐하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장군봉 1.1km 이정표가 있는 이 봉우리를 함왕봉이라 표기하는 안내도가 있지만
인터넷 지도에 표시된 함왕봉(947m)은 좀 더 가야 한다.
정상 표식은 따로 없고 이정목에 누군가가 함왕봉이라 써 놓았다.
함왕봉의 이름은 인근의 함 씨 시조의 전설이 얽혀 있는 함왕혈과 함왕 성지에서 유래하며
해발 740m 부근에는 고려시대 몽고군의 침입 당시 주민들의 피난처였던 함왕산성터가 있다고 한다.
장군봉은 정상석이 세워져 있지만 특이점이 없는 밋밋한 봉우리이다.
용문산 정상에서 약 1.5km 거리이며, 동쪽 사면 아래 상원사에서 2.1km 거리에 있다.
장군봉에서는 유일하게 동남쪽으로 전망이 트이고 맨 뒤에 치악산 마루금이 조망된다.
장군봉에서 유명산(마유산)으로 이어지는 삼거리를 지나
군 통신 시설을 피해 오른쪽 사면으로 난 길을 따라 정상(~1km)으로 향한다.
군 시설이 복잡하게 늘어선 정상부 뒤로 노을이 드리워져 있다.
공군부대가 위치한 용문산 정상은 40여 년간 출입이 통제되다가 2007년 11월에 개방되었다.
늦은 오후지만 다행히 계단 중간에 설치된 철문이 열려 있어 정상에 닿을 수 있었다.
용문산은 정상을 중심으로 북동쪽과 남서 방향으로 주릉을 이루며
도일봉, 중원산, 백운봉 등의 지봉을 거느리고 있다.
산세가 웅장하고 빼어나며, 골이 깊어서 예로부터 경기의 금강산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용문산의 옛 이름은 미지산(彌智山)이라고 전해온다.
우리말 어원으로 보면 미지란 미르, 곧 용을 뜻한다는 설이 있고
조선 태조가 용이 날개를 달고 드나드는 산이라 하여 용문산이라 칭했다는 설이 있다.
‘가섭봉’은 ‘용문산 불교 3봉’ 중 하나로 ‘가섭’은 석가모니의 10대 제자 중 한 사람이다.
정상에서 북서~남서 방향은 군사시설에 막혀있다.
해가 기울며 산 그림자가 지고 노을이 물들어가는 가운데 정상 조망을 담아본다.
용문산은 오대산에서 이어져 온 한강기맥의 산이다.
오른쪽에 도일봉, 갈기산, 금물산 오음산 등 한강기맥의 산들이 보인다.
정상 바로 아래에 바위 전망터가 있다.
어둠이 내리는 것을 아쉬워하며 하산 전 마지막으로 전망을 담아본다.
해가 넘어가자 하산 길이 금세 어두워지고
주위를 요하는 급경사 구간이 많아 속도가 더디다.
마당바위 갈림길 이후 랜턴 불빛에 의지한 채 길을 찾아야 했는데
다행히 최단거리인 용문사 방향으로 길을 벗어나지 않고 무사히 내려와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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