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수목으로 침식된 타 프롬 사원
앙코르 와트 관람을 마치고 다시 툭툭이를 타고 약 8km 떨어진 타 프롬(Ta Prohm) 사원에 도착했다.
관람 마감 시간이 임박한 해질 무렵에 도착하여 짧은 시간 돌아보며 사진에 담은 경관을 중심으로 그 기록을 남겨본다.
타 프롬 사원 동쪽 진입로
타 프롬 사원 관람은 동문으로 들어가 서문으로 나오는 경로로 진행했다.
진입로 양쪽에 빽빽이 늘어선 아름드리 열대 나무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타 프롬 사원 입구
타 프롬 사원은 12세기말 앙코르 왕조의 자야바르만 7세(1181년~1218년)가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 건립한 불교 사원이다. 타 프롬은 ‘브라마의 조상’이라는 의미이며, 브라마는 창조의 신으로 인도에서 가장 위대한 신중의 신이다.
타 프롬 사원 정문
타 프롬 사원은 동서 1km, 남북 600m의 주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사방이 회랑으로 연결된 구조를 하고 있다. 건립 당시는 왕실의 지원을 받는 부유한 사원이었지만 13세기 후반부터 외침과 내분 등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지면서 방치되어 열대 수목에 의한 유적의 침식이 많이 진행되어 있는 상태다.
사원을 자양분 삼아 자라난 괴목
한 때 열대 수목에 의해 훼손되어 가는 사원의 복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거대한 수목이 유적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적을 지탱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어 복원에 대한 논란이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사원의 벽면을 장악한 나무의 뿌리
나무의 뿌리가 사원 벽면을 완전히 감싸 건축물의 일부가 된 듯하여 나무를 제거하면 사원이 붕괴될 것 같기도 하다.
또한 거목을 제거하고 무너지고 있는 석재를 복원했을 경우, 이 유적만의 독특한 매력이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이 복원작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이유라고도 한다.
머리가 사라진 조각상
사원 내부의 핵심 유물이 될 법한 가부좌상의 머리 부분이 사라졌다. 문화재 도굴꾼들의 만행이 드러나는 안타까운 장면이다.
사원 안쪽의 열린 공간
타 프롬 사원은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2001년 영화 툼레이더의 촬영지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사원 내부로 들어서면 위치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은 공간이 많고 마치 미로처럼 막다른 길을 만나기도 하여 잠시 한눈을 팔다가 일행을 놓치고 헤매기 일쑤다.
기둥에 새겨진 압사라 상
이곳 사원에는 약 2,000개의 압사라 상이 여러 벽에 조각되어 있는데, 압사라는 힌두교와 불교 신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상상의 여인으로 젊고 우아하며 춤에 예술적 소질이 있어 신전에서 신이나 영웅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구름과 물의 요정이라고 한다.
벽을 허물고 있는 괴목
어떻게 나무가 이런 모양으로 자랄 수 있을까?
계속해서 뿌리가 성장하며 돌로 쌓은 벽을 짓눌러 파괴하고 있다.
공생으로 시작하여 공멸로 가게 되는 걸까? 또 하나의 대자연의 경이로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허물어진 사원의 관람로
허물어진 상태를 방치한 채 관람을 허용하는 이유로 “유구한 세월 속에 자연이 인공물을 어떻게 파괴해 가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점도 있다 하니 이곳은 사원의 유적지라기보다는 신비감을 전해주는 자연사박물관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고도 할 수 있겠다.
사원 벽을 포획한 괴목
마치 나무의 사원인 듯...
괴목들에 눈이 쏠리다 보니 사원의 구조나 장식 등에는 관심을 둘 여지가 없어진다.
실제로 초기 발굴 과정에서도 울창한 정글 속에서 붕괴 정도가 너무 심하여 사원의 구조를 연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사원을 감싸 안은 괴목
무너진 잔해 사이를 걷다 보면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괴목의 모습에 섬찟 놀라기도 하고, 갑자기 일행들이 보이지 않아 미아가 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이것은 타 프롬 관람에서 일어나는 흔한 일인 듯하다.
괴이한 분위기의 사원 내부
마감 시간이 지나면서 관람객이 모두 떠난 사원 내부는 더욱 괴이한 분위기다.
잠시 미아가 되었다가 사원 관리 직원의 안내를 받아 일행이 기다리는 서쪽 출입구로 나갈 수 있었다.
석조 보도로 이어지는 서쪽 출입구
서쪽 출입구에서 바라본 타 프롬 사원
동쪽이 정문이라는데, 후문인 서쪽 출입구 부근은 그나마 원형이 많이 남아 있다.
탑으로 장식된 서쪽 출입구
거대한 나무들과 한데 얽혀 더욱 신비스러운 경관을 보여주는 타 프롬 사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폐허”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사원 자체 보다 사원을 감싸고 자라는 기이한 나무들이 더 시선을 끄는 유적으로 씨엠립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흥미로운 코스로 여겨진다. 마감 시간에 쫓겨 빠르게 이동하느라 못 보고 지나친 부분이 많은 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
서쪽 문을 나와 바라본 타 프롬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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