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는 '그레이트 웍스(Great Walks)라고 불리는 9개의 대표적인 하이킹 트랙이 있다. 이 가운데 밀포드 트랙(Milford Track)은 '지구상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이라 알려진 코스이다. 뉴질랜드 남섬 남서부의 피오르랜드 국립공원( Fiordland National Park )에 위치한 밀포드 트랙은 테아나우 호수(Lake te Anau)에서 시작하여 종착지인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까지 53km에 달하며 완주하는 데 4일이 소요된다. 깎아내린 듯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맑은 호수와 끝없이 펼쳐진 산봉우리, 웅장한 계곡을 지나며 마주하는 수많은 폭포와 싱그러운 우림지대의 환상적인 경치가 특징이다.
트레킹 첫날은 밀포드 트랙 시작 지점인 테아나우 다운스에서 보트를 타고 글레이드 와프(보트 선착장)로 이동 후 글레이드 하우스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코스이다. (산행거리 1.6km, 약 20분 소요)
피오르랜드 국립공원
뉴질랜드 남섬의 남서쪽에 위치한 피오르랜드 국립공원은 험준한 산, 빙하, 숲과 피오르가 압권으로
바람, 얼음, 비와 바다가 함께 이루어 낸 자연의 걸작을 기념하기 위해 1990년에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피오르랜드 최고의 절경은 '세계의 8대 불가사의'라고 칭하는 밀포드사운드이다.
얼티메이트 하잌스는 밀포드 트레킹 가이드 투어를 주관하는 여행사다.
1992년부터 정부로부터 운영권을 넘겨 받아 가이드와 트랙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출발 전날 오후에 퀸스타운 시내에 있는 본사 센터에서 트레킹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설명회를 연다.
(한국인 참가 인원이 많을 경우) 우리말 브리핑도 한다고 하는데,
이번에 한국인 참가자는 우리 일행 3명뿐이라서 그런지 진행되지 않았다.
이곳에서 트레킹에 필요한 배낭, 스틱, 우의 등을 대여할 수 있으며,
필요 시 트레킹 마지막 날 갈아 입을 옷도 봉투에 넣어 전달해 준다.
가이드 트레킹 참가자들이 센터에 모여 버스에 배낭을 싣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얼핏보아 여성 참가자들이 더 많은 듯 한데, 각국에서 모인 낯선 이들과 4박5일간을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고 한편 다양한 사람들을 접해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설레이기도 한다.
버스 이동 루트
밀포드 트레킹의 관문인 퀸스타운에서 트레킹이 시작되는 테아나우 호수 선착장까지는 200km가 넘는 꽤 먼 거리지만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창밖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이 결코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버스의 창밖으로 그림같은 풍경이 끝없이 스쳐지나간다.
비가 개인 후에 이어지는 청명한 날씨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와카티푸 호수가 끝나는 킹스턴까지는 오른쪽에 호수를 끼고 달리는 길에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경이 이어진다.
이토록 아름다운 드라이빙 코스를 달려본 적이 있는가!
감탄스러운 절경에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쉬워 잠시 내려보고 싶기도 하지만 버스는 멈출줄 모르고 계속 달린다.
호수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넓은 초원의 목장 지대가 이어진다.
드넓은 푸른 초원에 양과 소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풍경은 평화로움 그 자체이다.
이토록 풍요로운 자연이 있는 이곳은 진정 축복받은 땅이 아니던가.
완만한 구릉지대 사이로 곳곳에 시냇물이 흘러 비옥한 토양을 이루고
그 양분을 바탕으로 왕성하게 번식하는 각종 식물들은 넓은 대지에 또다른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피오르랜드 국립공원이 있는 산악지역에 가까워 질수록 초원의 빛깔이 달라진다.
색바랜 무성한 잡초들이 마치 꽃을 피운 듯 조화롭게 들판을 장식하고 있다.
정오쯤 테아나우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고 바람이 거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맑은 하늘이었는데 설마, 금방 지나가겠지...
햇빛이 보이는 상태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니 금방 개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원래 이곳은 구름의 이동이 빨라 날씨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특징이 있는것 같다.
밀포드 트레킹 출발점 테아나우 항구(Te Anau Downs Harbour)
테아나우 선착장에 도착하니 비바람이 더 거세져 기상이 오히려 악화돼 가는듯 하다.
안타깝게도 오늘은 맑은 날씨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서둘러 짐을 챙기고 기다리던 배에 승선한다.
도착지인 글레이드 선착장까지는 1시간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맑은 날씨였다면 사람들로 붐볐을 객실 2층 전망 좋은 자리가 텅 비어있다.
호수를 배경으로 조망할 수 있는 주변 산들도 구름에 가려 그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바람과 추위를 피해 선실 안에 머물러 있다.
원래 이 부근의 연평균강수량이 6,000mm로 세계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오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여행중에 비를 만난 것에 그리 실망스러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자연을 이기려거나 저항하기 보다는 순응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할 뿐이다.
테아나우 호수(Lake Te Anau)
테아나우 호수는 빙하의 퇴적물에 의해 계곡이 막힘으로써 생긴 산중호수로
마오리어로 "소용돌이치는 물 동굴"을 의미하는 Te Ana - au에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면적이 344㎢로 타우포 호수(Lake Taupo)에 이어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 남섬에서 가장 큰 호수이다.
밀포드 트랙을 처음 개척한 탐험가 매키넌도 이 호수에서 실종되어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얼마나 방대하고 기상조건이 열악한 지역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도착지에 다가오면서 구름 속에 묻혀있던 산과 나무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화물을 싣고 근처를 이동하는 배도 우리를 환영해 주는 것처럼 반갑게 느껴진다.
배가 접안을 위해 선착장으로 접근하고 있다.
순간 미지의 세계에 들어서는 듯한 설레임을 감출 수가 없다.
선착장의 다리가 불어난 물에 침수되어 모두 신발을 벗고 건널 수 밖에 없었다.
차가운 물의 한기가 발목을 통해 섬뜩하게 전해오지만 한편 색다른 경험에 환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곳 글레이드 선착장(Glade Wharf)은 밀포드 트레킹을 위해 반드시 통과하는 곳으로
매년 14,0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시설인데도 매우 엉성한 느낌이 든다.
자연 그대로를 잘 보존하려는 의도일거라고 좋게 생각하자.
밀포드 트랙의 출발점이다.
(뉴질랜드에서는 트레킹 코스를 트랙(Track) 또는 트램프(Tramp)라고 함)
배에서 내린 배낭을 챙기고, 등산화의 끈을 다시 여매고, 기념 촬영을 하고... 본격적인 트레킹을 준비한다.
비가오는 탓인지 동작빠르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벌써 출발했다.
밀포드 트랙 개념도와 힐 프로파일(Hill Profile)
이제부터 3박 4일동안 걸어가야 할 루트이다.
33 마일(53km)의 긴 거리지만 매키넌 패스를 지나는 코스 외에는 완만한 경사이기 때문에
몸상태가 정상이라면 체력의 한계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듯 하다.
출발지점에서 글레이드 하우스까지 20분, 클린튼 헛까지는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오로지 일방통행만 허용되는 밀포드 트랙은 하루 최대 90명(개별 40명, 가이드 동반 50명)까지만 허가된다.
등반로에서 캠핑은 금지되며, 사전에 예약하는 산장(Lodge)에 묵으면서 4일내에 트레킹을 완료해야 한다.
이렇게 인원을 제한하는 이유는 무분별한 입산으로 인해 자연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고
기상이변 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숲에 들어서면 곧바로 이끼로 뒤덮힌 울창한 원시림을 마주하게 된다.
비에 젖은 수목들이 음이온의 기운을 맘껏 뿜어낼 것만 같다.
좀 걷는가 싶더니 금새 목적지인 글레이드 하우스(Glade House)가 보인다.
글레이드 하우스는 가이드 동반 트레킹 시 숙박과 식사가 제공되는 시설이다.
외형은 병영 막사처럼 보이지만 비오고 추운 날씨에 들어가 쉴 수 있는 시설이 있다는게 한편 반갑기도 하다.
방을 배정받아 들어가 보니 먼저 도착한 두 사람이 더 있다.
한 명은 런던에 산다는 40대 흑인이고 다른 한 명은 50대의 일본인이다.
2층 침대 3개가 놓인 방으로 오늘은 5명이 함께 묵게 되었다.
짐을 놓고 밖에 나오니 글레이드 하우스 앞을 지나는 트레커들이 보인다.
이들은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클린턴 헛까지 가는 한국사람들로 호주 여행을 마치고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개별 트레커들이 머무는 숙소에는 취사와 숙박시설만 제공되어 취사도구와 식량, 침낭 등은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글레이드하우스 입구의 조그만 방에는 이곳이 개발되기까지의 역사를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게시판에는 다녀간 것을 기념하는 징표로 태극기도 보이고 천원짜리 지폐도 보인다.
손글씨로 예쁘게 적어놓은 일정표도 인상적이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 단체 기념 촬영을 마치고...
이 단체 사진은 트레킹을 마친 후 완주 기념증서와 함께 각자에게 제공된다.
가이드 인솔하에 글레이드 하우스 뒷편 숲을 체험하는 시간이다.
몇가지 숲에 대한 설명이 있지만 비가 내려 산만하기도 하고 짧은 영어로는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
하지만 비를 맞으면서도 주어진 일정을 모두 진행하는 가이드들의 책임감 만큼은 인정해 줄만 하다.
숲의 모습이 놀랍다.
원시림 그 자체를 접하는 것도 놀랍지만 잘 보존되고 있다는 것이 더욱 감탄스럽다.
길이 아닌 곳은 들어갈 수도 없지만 발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훼손될까 조심스러울 정도다.
자신들의 국토 안에 이런 숲을 가졌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일까.
자연을 잘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의무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다시한번 느낀다.
저녁 식사는 호텔식으로 음식 맛이 제법 좋은 편이다.
사전 주문을 받는데, 채식가를 위한 별도 메뉴도 제공된다.
특이한 점은 가이드들이 음식 서빙을 직접한다는 것이다.
조리된 음식을 외부에서 수송해 온다고 하지만 1인 3역을 하는 가이드들의 역할이 쉽지 않아 보인다.
식사 후에 참가자들 각자의 소개 시간이 있었는데
이번 참가자들은 호주, 동남아(한국, 홍콩, 일본), 유럽(오스트리아, 영국), 뉴질랜드 등에서 왔다.
이중에는 여성들이 더 많으며, 60대 이상 되어보이는 노부부들도 보인다.
이렇게 노약자들도 이용할 수 있는 것 또한 밀포드 트랙의 장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3일간 머물게 될 숙소인 산장 시설에는 온수가 나오는 공동 세면장과 샤워 시설이 있고
간단한 세탁과 젖은 옷이나 등산화 등을 건조할 수 있는 드라이 룸이 있다.
따라서 속옷이나 양말 등 여벌을 너무 많이 가져갈 필요가 없다.
4일동안 걷는 것을 감안하여 짐을 최소한으로 간편하게 꾸리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다만 비를 대비해 방수용 비옷을 필히 준비하고 배낭 속 물건도 비에 젖지 않도록 비닐에 싸는 것이 필요하다.
숙소에는 핫팩도 준비되어 있어 오늘같이 비가와 추운 날씨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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