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伽倻山)은 경남 합천군과 경북 성주군의 경계를 이루는 높이 1,430m의 산이다. 주봉인 상왕봉과 두리봉, 남산, 단지봉, 매화산 등 1,000m 내외의 연봉과 능선이 둘러있고, 고려팔만대장경을 간직한 해인사와 부속암자들이 위치하고 있다. 가야산이라는 이름은 이 산이 옛날 가야국이 있던 이 지역에서 가장 높고 훌륭한 산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야의 산'이라는 뜻으로 부른 것이라고 전해지며, 소의 머리와 모습이 비슷하다고 하여 우두산(牛頭山)이라고 불렀으며, 상왕산(象王山) · 중향산(衆香山) · 지달산 · 설산이라고도 한다. 한국 12대 명산의 하나로서 예로부터 조선 8경에 속하였으며, 1972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산행코스 : 주차장(10:06) ―0.5km→ 백운동탐방지원센터(10:13) ―3.4km(만물상능선/중식)→ 서성재(13:47) ―1.1km→ 칠불봉(14:41) ―0.4km→ 상왕봉(14:59) ―1.7km→ 서성재(16:10) ―2.9km(용기골)→ 백운동탐방지원센터(17:25) ―0.4km→ 주차장(17:31) .. (10.4km, 7:25분 소요)
식물원 안쪽이 궁금 하지만 먼 길을 달려온지라 산행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관람시간이 오후 5시까지로 여유가 있지만 산행속도가 느린 우리에게 역시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았다.
이곳에서 왼쪽이 오늘 오르게 될 만물상 코스이고, 오른쪽 다리를 건너 백운동야영장으로 이어지는 길은 하산하게 될 용기골 코스이다.
가야산이 19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38년만인 2010년에야 비로소 이 만물상 코스의 등로가 조성되어 개방되었다고 한다.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연속되지만 오르다보면 이 코스가 얼마나 멋진 코스인가를 알게 된다.
가파른 경사의 오르막길을 약 20여분 오르자 전망이 트인다.
이어지는 능선길이 쉽지 않은 비탈을 이루지만 좌우로 펼쳐지는 전망을 즐기며 여유롭게 이어갈 수 있다.
오른쪽 건너편에 보이는 동성봉 능선도 두드러진 암릉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능선을 오르다보면 왼쪽으로 숲속에 잘 정돈된 사찰이 내려다 보이는데,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되었던 심원사라는 절이다. 심원사는 해인사의 말사로 18세기 말경에 폐사되었다가 근래에 발굴조사를 통해 옛 모습대로 재건되었다고 하며, 경내에는 경상북도 문화재인 삼층석탑 등이 있다고 한다.
만물상 능선의 서쪽에 인접한 1064봉 암릉은 정규 등산 코스는 아니지만 ‘그리움릿지’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암벽등반 코스이다.
이제부터 기기묘묘한 바위들로 온갖 형상을 이룬다는 만물상 능선을 지나게 되는데, 오른쪽에 보이는 봉우리를 거쳐 왼쪽으로 이어지는 몇개의 암봉들을 지나 맨 뒤에 보이는 서장대(상아덤)까지 만물상 능선이 이어진다.
만물상 능선을 지나며 마주치는 바위들의 형상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경향이 있다.
큰 바위의 형체를 가까이에서는 구분하기 어려운 점도 있고,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여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며, 여러 바위들과 함께 어우러져 다른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수림지대의 나뭇잎들이 대부분 떨어져 회색빛을 띄고 있지만 단풍이 제대로 물든 시기나 한 겨울 상고대가 서릴 때에는 가히 절경을 이룰 듯 하다. 왼쪽으로 정점을 이루는 암봉이 가야산 최고봉인 칠불봉(△1,433m)이며, 주봉인 상왕봉(△1,430m)은 뒷쪽에 있어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힘들지만 저 암봉에 올라서야 주봉을 바라볼 수 있다.
내가 걸어왔던 길이 저런 모습이었던가! 데크계단을 오르며 돌아보니 지나온 봉우리에 즐비하게 늘어선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한눈에 조망된다. 코끼리바위, 돌고래바위, 두꺼비바위, 쌍둥이바위, 불상바위 등... 온갖 만물들이 공존하면서 각도에 따라 마음에 따라 달리 보이는 형상들을 굳이 구별하려 들 필요도 없으리라.
상아덤.. 가야산은 대가야(大伽倻)의 시조설화가 서려있는 산으로 예로부터 해동의 10승지 또는 조선 8경의 하나로 이름 높은 산이다. 이 곳 상아덤은 달에 사는 미인의 이름인 상아(嫦娥)와 바위(巖)를 지칭하는 덤이 합쳐진 단어로 가야산 여신 정견모주(正見母主)와 하늘 신 이비가지(夷毗訶之)가 노닐던 전설을 담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최치원이 저술한 석이정전(釋利貞傳)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가야산의 여신 정견모주는 하늘의 신 이비가지와 이 곳 상아덤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이후 어여쁜 옥동자를 낳게 되는데, 첫째는 아버지 이비가지를 닮아 얼굴이 해와 같이 둥글고 붉어 뇌질주일(惱窒朱日)이라 이름하였다. 둘째는 어머니 정견모주를 닮아 얼굴이 달과 같이 갸름하고 흰편으로 뇌질청예(惱窒靑裔)라 이름하였다. 이 두 형제는 자라서 형 뇌질주일은 대가야(현재 고령)의 첫 임금인 이진아시왕(伊珍阿豉王)이 되고, 동생 뇌질청예는 금관가야(현재 김해)의 첫 임금인 수로왕(首露王)이 되었다.
상아덤은 기암괴석의 봉우리로 가야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물상(萬物像) 능선과 이어져 있어 최고의 전망을 감상 할 수 있다. (자료 : 신증동국여지승람) - 성주군 가야산국립공원사무소 -
이중환의 《택리지》에는“경상도에는 석화성(石火星)이 없다. 오직 합천의 가야산만이 뾰족한 돌이 줄을 잇달아서 불꽃 같으며, 공중에 따로 솟아서 극히 높고 빼어나다.”라는 기록이 있다.
서장대를 돌아내려 만물상을 뒤로하고 왼쪽 아래에 보이는 서성재로 향한다.
서성재(西城岾)는 경북 성주군 수륜면과 경남 합천군 가야면을 이어주는 고개(岾)로, 과거 ‘가야산성의 서문이 위치해 있었던 곳’ 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서성재에서 칠불봉으로 향하는 길은 완만한 숲길이 끝난 후 거친 암석지대와 가파른 계단으로 이어져 체력적으로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는 구간이다.
숨을 고르며 돌아보니 서남쪽으로 우거진 골짜기에 해인사가 내려다 보인다.
남쪽으로 바위무리 너머 용기골을 중심으로 왼쪽에 동성봉 능선과 오른쪽에 지나온 만물상 능선이 솟아있다.
바위틈을 돌아서며 위쪽을 바라보니 칠불봉 정상에 세워진 안내판에 햇빛이 반사되어 마치 조명이 켜진듯 반짝인다.
힘겹게 칠불봉 능선에 올라서니 길옆의 고사목이 먼저 반겨준다. 오른쪽은 칠불봉과 맞닿아 있고 왼쪽으로 200m의 거리에 상왕봉이 있다.
가야산 정상 칠불봉(七佛峯, △1,433m)
가야산 칠불봉 전설.. 칠불봉(七佛峯)은 가야국 김수로왕이 인도의 아유타국 공주 許黃玉(허황옥)과 결혼하여 10명의 왕자를 두었는데, 큰 아들 居登(거등)은 왕위를 계승하고 金氏(김씨)의 시조, 둘째 셋째는 어머니의 성을 따라 許氏(허씨)의 시조가 되었다. 나머지 7왕자는 허황후의 오빠 장유화상을 스승으로 모시고 가야산에서 가장 힘차고, 높게 솟은 칠불봉 밑에서 3년간 수도 후 도를 깨달아 生佛(생불)이 되었다 하며 그 밑에 칠불암 터가 있다는 전설이 유래되고 있다. 예부터 산신이 머무는 가야산은 그 골이 깊고 수려하며 三災(旱災-가뭄, 水災-홍수, 兵禍-전쟁)가 들지 않는 해동영지로 일컬어 온 영산이다. (출처 : 신증동국여지승람, 한국불교전설 및 불교설화대사전)
상왕봉은 소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우두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왼쪽 동성봉 능선과 오른쪽 만물상 능선 사이에 형성된 용기골 아래로 출발지 백운리가 내려다 보인다.
만물상 능선과 사자바위 능선(그리움릿지)이 내려다 보이는 남쪽 전경..
오랜 옛날부터 이 봉우리의 모습이 소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우두봉이라 했으며 산정에서 행하여지는 산신제의 공물을 소에 바치고 신성시하여 왔다고 하는데.. 한국민족문화대백화사전에는 가야산의 유래에 대해 두 가지 설이 소개되어 있다. “하나는 옛 가야 지방이라는 역사적 명칭에서 가야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고 또 다른 주장은 불교가 전래된 뒤 범어(梵語)에서 ‘가야’는 소를 뜻하므로 인도의 불교 성지인 ‘가야산’에서 이름을 가져 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주봉 상왕봉의 ‘상왕(象王)’은 《열반경》에서 모든 부처를 말하는 것으로, 이 또한 불교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가야산’이라는 명칭은 이 지방의 옛 지명과 산의 형상, 산악 신앙, 그리고 불교 성지로서의 다양한 의미를 함축한 것이다.”
가야산의 주봉 상왕봉(우두봉, △1,430m)
왼쪽 가운데에 남산제일봉(△1,010m)이 보이고, 오른쪽 가운데에는 깃대봉(△1,113m)이 보인다. 가운데 검은 암봉 뒷쪽에 있는 해인사는 암봉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또한 정상에서 서쪽에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덕유산 줄기가 보이고 남서 방향으로는 지리산이 보인다고 하는데 원경이 맑지 못하고 구분이 어려워 확인할 수가 없다.
가야산은 우두산(牛頭山)으로도 불리는데, 우비정은 그 코의 위치에 해당한다.
泉自金牛鼻孔通(천자금우비공통) .. 우물이 금우(金牛)의 콧구멍 속으로 통해 있으니
天將靈液寘巃嵷(천장령액치롱종) .. 하늘이 신령스런 물을 높은 산에 두었도다.
倘能一揷淸穿肺(당능일삽청천폐) .. 혹 한번 마신다면 청량함이 가슴속을 찌르니
頃刻翩翩遠御風(경각편편원어풍) .. 순식간에 훨훨 바람타고 멀리 날아가리라.
巃嵷(롱종) : 산이 높고 가파름
頃刻(경각) : 아주 짧은 시간
翩翩(편편) : 새가 빨리 나는 모양
御風(어풍) : 바람을 탐 (우비정 안내문 中에서)
다시 칠불봉쪽으로 돌아와 서성재로 하산하며, 되새겨 보고 싶은 글귀가 있어 옮겨 본다.
“유람객의 구경거리가 되는 산의 훌륭한 경치는
인자(仁者)로 하여금 산의 오묘한 생성의 이치를 보고 자성(自省)하게 하는 것이며,
높은 곳에 오르는 뜻은 마음 넓히기를 힘씀이지
안계(眼界) 넓히기를 위함이 아니다”
- 조선 중기 문신 한강 정구(1543∼1620년)의 〈가야산기행문〉에서 -
이미 많은 잎들이 떨어졌고 남아있는 잎들도 가뭄에 메말라 있지만 산 아래쪽으로 내려올수록 조금씩 살아있는 단풍들을 볼 수가 있었다.
계곡으로 이어지는 용기골 코스는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코스다.
용기골 계곡을 내려와 백운동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친다.
멋진 단풍을 기대하고 가야산을 찾았지만 이미 많은 잎들이 지고 난 시기로 조금은 때늦은 단풍산행이 되었다. 게다가 올해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산중턱 이상에 있는 나무들은 단풍이 물들기 전에 잎이 모두 시들어버려 고운 빛깔의 가을 단풍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만물상 능선의 바위들의 형상은 녹음이 벗겨진 가을철에 그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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