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산행은 더위를 피해 이른 아침에 시작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오늘은 남들 하산하는 시간에 거꾸로 출발하게 됐다. 주말 비 소식이 있다는 말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오히려 하늘은 청명하기만 하다. 최근 산행을 못한 아쉬움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무더운 한낮이지만 땀 좀 흘릴 각오로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다. 중대봉 구간은 초행길로 시간 예측이 어렵지만 해가 지기 전에 정상에 닿을 수 있다면 멋진 노을을 볼 수도 있다는 기대감으로 출발한다.
△산행코스 : 삼송3리마을회관 → 곰바위갈림길 → 곰바위 → 중대봉 → 대야산 → 밀재 → 곰바위갈림길 → 마을회관 .. (약 11.0km, 6:27분 소요)
중대봉은 바로 이웃인 상대봉(대야산)의 상대적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대야산의 서쪽으로 벗어나 있는 봉우리로,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덮여 있어 대슬랩의 암릉미가 뛰어난 산이다.
회관 주변에 약간의 주차공간과 간이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
산행은 개천을 따라 산쪽 마을 끝 느티나무 보호수 방향으로 진행한다.
높이 7m, 둘레 3.5m의 느티나무로 괴산군 지정 보호수다.
마을 끝머리 담장에 서있는 이 고목의 소재지는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52-1’ 이다.
마을을 벗어나 이어지는 길 옆에 도라지꽃이 한창이다.
흐르는 물의 양은 적지만 맑은 물이 흐른다.
간혹 길이 불분명해 보이기도 하지만 계속해서 이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진행한다.
마지막 농경지를 지나 숲으로 들어선다.
길 끝에는 출금 안내판이 서있는데, 이곳에 와서야 출입통제 지역임을 알게 되었다.
출발지점에서 약 1.5km(40분) 거리의 농바위 갈림길..
왼쪽 농바위 방향에도 출금 안내문이 걸려있다.
농바위 갈림길을 조금 지나 또 다른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난 길 역시 농바위코스인 듯하다.
출발지점에서 약 2.4km(1시간) 거리에 있는 곰바위 갈림길..
작은 언덕을 넘어서자 왼쪽으로 길이 보이는데
이정표는 없지만 위치상 곰바위를 지나 중대봉으로 향하는 길임을 짐작할 수 있다.
곰바위 갈림길에서 약 20여분 오르자 첫 바위전망지대가 나온다.
이 슬랩구간에서 서쪽으로 출발지 삼송리 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그 뒤쪽에 왼쪽부터 속리산, 백악산, 도명산 능선이 살짝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동쪽으로는 밀재(밀치)를 중심으로 왼쪽에 대야산 능선이 보이고
오른쪽에 둔덕산에서 이어지는 849봉 능선이 이어진다.
다시 숲길에 들어서며 올해 처음으로 꼬리진달래를 만난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꼬리진달래는 백두대간에 많이 서식한다고 한다.
ㅡ ※ 꼬리진달래 ㅡ
이어서 두 번째 슬랩지대에 이르니
암벽 너머(東)로 대야산 암봉이 훨씬 가깝게 다가온다.
뒷쪽(南)으로는 둔덕산에서 이어지는 854봉 너머로
조항산과 청화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조망된다.
슬랩구간 뒤로 중대봉 정상부가 보인다.
슬랩 왼쪽(西南)으로는 멀리 백악산과
그 뒷쪽에 속리산 마루금이 톱니처럼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곰바위 암벽을 오르며 보이는 중대봉의 슬랩.
저 슬랩 구간은 또 정상까지 어떤 길일까 궁굼해진다.
이곳까지 오르며 땀을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벌써 힘이 딸린다.
아래 곰바위 갈림길에서 약 600m 거리에 1시간 가량 걸렸으니 얼마나 느리게 걸었는지를 알 수가 있다.
곱게 핀 각시원추리.. 외로운 산길에서 반갑지 않을 수 없다.
ㅡ ※ 원추리 ㅡ
중대봉 암벽은 수직고도 44m 경사도 60~70°에 로프구간이 70~80m에 이르는 상당히 가파른 경사다.
멀어진 곰바위를 마지막으로 당겨보고
슬랩지대를 지나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 부근에서 대야산이 조망되고
대야산 왼쪽 너머로 희양산이, 오른쪽 너머로는 둔덕산이 보인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대야산 방향 외에는 모두 막혀 있다.
출발지점에서 약 3.7km로 3시간 조금 넘게 소요되었는데,
보통이면 약 2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을 듯하다.
이제 일몰시간이 1시간 남짓 남았고, 대야산 정상까지 50분 거리..
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에서 일몰전에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순간이다.
멋진 조망터를 만나 쉬어가고 싶지만 여유롭게 머물틈이 없다.
능선을 오르내리며
점점 붉어져 가는 하늘빛에 마음만 조급해질 뿐 속도가 나지 않는다.
전망이 트이는 바위턱에서 돌아보니 지나온 중대봉 너머로 저녁해가 기울어 가고 있다.
백두대간이 흐르는 남쪽 하늘도 이미 붉은 빛으로 물들어 간다.
힘에 부치는 고개에서 반갑게도 “왜솜다리”를 만났다.
왜솜다리는 7~10월에 꽃이 피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중부 이북의 높은 산에서 자란다.
드디어 대야산 정상이 보이는 능선에 도착..
이곳에서 중대봉으로 가는 코스도 역시 출금구간인데, 예상보다 험로는 아니었던 듯하다.
아직 일몰시간은 조금 남았지만 저녁해는 벌써 빛을 잃어가고..
서쪽 하늘가에 짙게 깔린 구름층 속으로 해가 사라지고 있다.
작년 봄에 올랐을 때와는 달리 정상 부근에 변화가 보이는데,
정상에 이르는 데크계단이 새로 조성되어 있고, 감시 카메라도 설치되어 있다.
정상에서 백두대간 진입로가 통제되고 있지만,
대간 길은 아래쪽 촛대봉을 지나 왼쪽 곰넘이봉, 그 뒤의 장성봉, 다시 오른쪽의 희양산으로 이어진다.
둔덕산이 보이는 동남쪽 조망은 이미 어둠이 무겁게 내려앉고 있다.
대간종주를 위해 수없는 사람들이 넘나들며 애환이 서려있을
남쪽 조항산과 청화산, 속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노을속에 어둠에 잠겨가고 있다.
해가 지는 서쪽 방향으로는..
왼쪽 중대봉 너머로 낙영산, 도명산이 희미하고 맨 오른쪽에는 군자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앞쪽에 오른쪽 장성봉에서 막장봉을 지나 서쪽으로 흘러내린 능선이 보이고
그 뒤에는 왼쪽부터 군자산, 칠보산, 악희봉의 마루금이 보인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서둘러 하산해야 할 시간이다.
하산은 밀재로 향하는 대야산 남쪽의 저 암릉을 지난다.
마지막으로 어둠에 잠겨가는 중대봉을 바라보고..
내달리듯 밀재로 내려선다.
다시 밀재에서 농바위골을 지나 출발지점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친다.
대야산 정상에서 밀재까지는 예전과 달리 급경사 지역에 많은 데크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헤드랜턴 불빛으로 큰 어려움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밀재에서 농바위골을 지나는 길은 출금지역으로 수풀이 우거져 길이 뚜렸하지 않은 지점이 많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도중에 진행방향 숲에서 갑작스런 동물 움직임 소리에 잠시 놀라기도 했지만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하산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무더위 속에 시작한 산행으로 배낭까지 땀에 흠뻑 젖는 수난을 겪었지만 또 하나의 감탄스런 경관을 마주했던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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