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은 어느 계절에 보아도 아름다운 명산이다. 정상부에 펼쳐진 수려한 암봉과 기암절벽 사이에 단풍이 물드는 가을철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지만, 겨울철 설경 또한 인기가 많은 산이다. 최근 눈이 내린 뒤 낮은 기온이 이어져 혹시 설경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2년 만에 찾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산정의 나무에는 대부분 눈이 녹아내린 뒤였다. 다행히 대기가 예상보다 탁하지 않고 날씨가 온화해 큰 어려움 없이 경관을 즐기며 산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산행일자 : 2022년 12월 27일 (화)
△산행코스 : 수락주차장→수락폭포→마천대→낙조대→수락주차장
△산행거리 : 7.76km (GPS측정 기준)
△소요시간 : 6시간 12분 (휴식/사진촬영 1시간 1분 포함)
대둔산 산행 코스는 크게 케이블카 승차장이 있는 완주 방면 코스와 반대편 논산 방면의 수락계곡 코스가 있다. 대둔산의 명물인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을 지나기 위해서는 완주 방면에서 올라야 하는데, 간혹 반대편인 수락주차장에 와서 금강구름다리 가는 길을 묻는 이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완주 방면은 가파른 돌계단이 많아 피하려 하는데, 수락계곡 코스도 급경사 철계단이 많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오늘은 수락계곡에서 마천대로 직진하는 코스로 올라 낙조대를 거쳐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진행한다.
수락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9시경 수락폭포 방향으로 출발한다.
아침 기온이 영하 8도로 낮아 혹시 산정에 상고대라도 피지 않았을까 기대를 했는데, 출발하며 월성봉 쪽을 올려다보니 마치 봄날 같은 분위기다.
원래 수량이 적어 폭포다운 모습을 보기 어려운데, 겨울이 되어 얼어붙으니 또 다른 면모를 보인다.
안내소에서 데크길을 따라 10여 분 올라가면 길 오른쪽에 날카롭게 솟은 바위가 보인다.
끝이 뾰족한 고깔처럼 생겼다고 하여 꼬깔바위라 부르며, 오른쪽 끝에는 마치 바위에 숨어 하늘을 쳐다보는 것 같은 사람의 얼굴 형상도 보인다.
데크길이 끝나는 마지막 지점에 수락폭포가 있다. 역시 제대로 된 폭포의 모습은 장마철에나 볼 수 있을 듯한데,
삼복더위에도 물이 얼음장처럼 차갑고 깨끗하여 백제시대 청년들이 호연지기를 기르며 심신을 수련하던 곳이라고 한다.
수락폭포를 지나며 길은 폭포 오른쪽 암봉을 오르는 가파른 철계단으로 이어진다.
가파른 계단에 눈이 쌓이니 발걸음이 무척 조심스러워 가이드를 잡은 손에 자꾸 힘이 들어간다.
계단 위쪽에 올라서자 뒤쪽으로 전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구름다리 갈림길을 지나며 나오는 전망터에서 지능선 너머로 살짝 모습을 드러낸 월성봉을 바라본다.
이제부터 주변 전망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좌우로 뻗어 내린 지능선이 시선을 끄는데, 왼쪽 독수리봉 능선 아래에는 석천암이 내려다 보인다.
점차 고도가 높아지며 뒤쪽의 월성봉이 이제 발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정상부에 특이한 지형을 형성하고 있는 월성봉과 바랑산은 오늘 산행에서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계단에 올라서자 마천대의 개척탑이 보이기 시작하고 암릉 위의 소나무들이 눈길을 끈다.
암릉과 어우러진 소나무는 황량한 겨울산에서 멋진 풍경이 되어준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있지만 멋진 소나무들을 사진에 담으며 지나간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대략 2시간 반이 걸렸다.
오늘은 겨울철이면서 평일이라 대둔산을 찾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늘 붐비던 정상이었지만 여유롭게 정상 주변 경관을 사진에 담아본다.
역광으로 원경이 선명하지 않지만 미세먼지 예보에 비해 그나마 대기가 맑은 편이다.
정상 전망을 한 바퀴 둘러본 뒤 칠성봉과 낙조대로 이어지는 북쪽 능선으로 향한다.
오늘도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길 옆이지만 오늘은 오가는 사람 없이 조용한 장소가 되고 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암릉 따라 칠성봉 쪽으로 이어가는데, 산죽이 우거지고 눈이 쌓여 도중에 길이 보이지 않는다.
눈 덮인 암릉을 헤쳐 나가기에는 너무 위험해 보여 다시 아래쪽 등산로로 내려와 낙조대로 향한다.
낙조대로 가는 도중에 사람들이 왕래한 흔적을 따라 전망터로 올라가 본다.
지난 주말에 많은 사람들이 다녀 간 듯. 곳곳에 암릉을 오르내린 발자국들이 남아있다.
낙조대로 가는 중에 마애불을 보기 위해 먼저 낙조산장에 들렀는데,
산장 뒤편 마애불에 올라가 보니 불상이 새겨진 바위면이 눈 녹은 물로 얼룩져 사진에 담기가 어려웠다.
산장에 인기척이 없는 것으로 보아 겨울철 주중에는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는 듯하다.
낙조대 너머로 원경을 가리는 연무가 길게 띠를 두르고 펼쳐있다.
기온이 온화하고 바람이 없어 대기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탓이다.
원경이 가려있지만 낙조대 경관을 한 바퀴 둘러본다.
낙조대는 이름처럼 일몰 풍경이 뛰어나겠지만 일출 또한 멋진 포인트가 될 듯하다.
언젠가 좋은 날에 멋진 일출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낙조대 경관을 한바퀴 둘러보고 낙조대 북서 능선을 따라 하산한다.
이곳 등산로도 눈길이지만 사람들이 다닌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어 문제없이 지날 수 있었다.
아직 미답인 저 능선도 언젠가 날씨가 좋은 날 한번 가보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해 본다.
낙조대 아래 능선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왼쪽은 석천암을 지나 수락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능선 따라 직접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응달에는 얼어붙은 눈이 제법 미끄럽고 가파른 경사로가 많아 아이젠을 착용해야 하는 코스다.
능선 갈림길에서 곧바로 내리막으로 이어지면서 별다른 전망이 없다가
계단을 만나면서 진행방향으로 월성봉과 수락저수지가 훤히 내려다 보이고 오른쪽에는 돛대봉 능선이 건네다 보인다.
마지막 계단을 내려서며 길은 숲으로 이어지고 마을에 도착하기 전까지 별다른 경관은 없다.
숲을 벗어나며 임도를 만나고 임도는 주차장 앞 도로로 이어진다.
대둔산의 가을 풍경을 보겠다고 두어 차례 다년간 후로 겨울 풍경이 궁금해졌다.
오늘은 대둔산 본래의 멋진 설경을 보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꼭 볼 기회가 있으리라 희망을 가져본다.
겨울산은 예기치 못한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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