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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과사진

지리산 ··· 백무동~장터목대피소~천왕봉~촛대봉~백무동

by kelpics 2023. 11. 1.

지리산 제석봉에서

 

 

 

오랜만에 백무동코스로 지리산에 올랐다. 사회 초년 시절 휴가철마다 야영 텐트를 짊어지고 지리산을 찾곤 했었는데, 그 후 강산이 몇 차례 바뀔 정도의 세월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옛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쾌청한 가을날 백무동을 출발하여 장터목에서 1박을 하고 정상에서 일출을 본 뒤 한신계곡으로 하산했던 지리산 산행기를 남겨 본다.

 

 

△산행일자 : 2023년 10월 30일 ~ 31일 (1박 2일)
△산행코스 : 백무동탐방센타→소지봉→장터목대피소→천왕봉(왕복)→연하봉→촛대봉→한신계곡→백무동탐방센터
△산행거리 : 21.9km (GPS측정 기준)

 

 

 

 

 

진행 경로

 

 

백무동 코스는 중산리 코스와 더불어 천왕봉에 오르기 위해 많이 이용하는 코스이다. 체력이 허용한다면 당일 산행도 가능하지만, 이번 산행은 여유롭게 장터목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천왕봉에서 일출을 본 후 촛대봉을 거쳐 한신계곡으로 하산하여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로 진행하였다.

 

 

 

 

 

백무동탐방지원센터

 

탐방안내센터 주차장에서 잠시 마을길을 올라 탐방지원센터를 지나고 야영장 입구에서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탐방지원센터 뒤쪽 야영장 입구에서 장터목대피소(~5.8km)로 향하는 길은 왼쪽이고 직진하면 한신계곡을 지나 세석대피소(~6.5km)로 오르는 길이다.

 

 

 

 

 

아름답게 물든 나뭇잎

 

완만하게 이어지는 산길을 30여분 오르자 화려하게 물든 가을 숲이 눈앞에 펼쳐진다.

오늘은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여 1박을 할 예정이므로 단풍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진행한다.

 

 

 

 

 

등로를 뒤덮은 단풍나무 숲

 

올해는 가을로 가는 환절기에 일교차가 크지 않아 대체적으로 단풍이 곱지 않다고 했다. 붉은빛보다는 노란색 계열이 우세한 이곳 단풍은 날씨 영향이 없었던 듯 화려한 빛깔을 보여주고 있다.

 

 

 

 

 

하늘을 가린 단풍나무

 

 

 

 

 

붉게 물든 단풍나무

 

 

 

 

 

하동바위

 

백무동에서 1.8km 지점에 하동바위 이정표가 보인다. 바위 모양이 특이한 것은 아니지만 함양군에 위치하며 산 너머 하동 지역의 이름이 붙여진 데는 전해오는 사연이 있었다. (※ 하동바위 유래)

 

 

 

 

 

돌계단 비탈길

 

하동바위를 지나 길은 더욱 가파른 비탈로 이어지고, 고도를 더하며 숲은 나뭇잎을 대부분 떨군 채 만추의 분위기를 풍긴다. 단풍 구경도 할 만큼 했으니 능선에 닿기 전 잠시 길가 바위턱에 앉아 점심을 먹고 쉬어간다.

 

 

 

 

 

참샘 쉼터를 지나 이어지는 길

 

백무동 야영장에서 참샘을 거쳐 소지봉까지 3km 구간을 지나면 길은 좀 더 완만해지는데, 이어지는 능선길에서도 망바위까지 전망 없는 숲길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망바위에서 바라본 지리산 능선

 

백무동을 출발한 뒤 처음으로 시야가 열리는 망바위 전망 터이다. 왼쪽 영신봉에서 오른쪽 반야봉까지 서쪽으로 뻗은 지리산 줄기가 조망된다.

 

 

 

 

 

당겨본 장터목 대피소

 

왼쪽에는 제석봉과 연하봉 사이 안부에 위치한 장터목대피소도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장터목 대피소까지 이정표 기준 1.5km 남은 거리다.

 

 

 

 

 

장터목대피소

 

오후 3시 반경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했다. 백무동에서 5.8km 거리를 약 4시간 동안 걸었으니 정말 느린 걸음이었다.

예전에는 대피소 부근에서 야영도 가능했었는데, 지금은 등산로 외에는 전면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대피소도 숙박시설과 취사장 등 많은 사람들이 머물며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이 잘 조성되어 있다.

 

 

 

 

 

장터목대피소에서 바라본 중산리 방향 경관

 

십수 년 전 다니던 회사에서 지리산 무박 종주 이벤트를 실시한 적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출발하는 날에 부슬비가 내렸고 성삼재를 출발하여 온종일 비를 맞으며 이곳 장터목에 도착했을 때는 천왕봉 출입 제한 시간에 걸려 곧바로 중산리로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장터목대피소에서 바라본 반야봉 방향 경관

 

함께 출발했던 일부 인원들은 목표를 달성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장염으로 온종일 밥을 먹지 못해 체력 소진이 심한 상태에서 장터목에서 중산리까지 어렵게 하산했던 것이 지리산에서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여명이 드리워진 천왕봉

 

옆 사람의 심한 코골이 때문에 밤새 잠을 거의 못 자고 다음날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천왕봉에 올랐다. 일출 예정 시간보다 40여분 전에 도착하여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간이지만 정상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있었다.

 

 

 

 

 

여명 속 천왕봉 풍경

 

10월 말 천왕봉의 새벽 기온이 제법 쌀쌀했지만 오늘은 다행히 바람이 약해 추위가 그리 심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지리산 천왕봉 일출

 

6:44분, 기다리던 사람들의 탄성과 함께 또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일출이다.

 

 

 

 

 

지리산 천왕봉 일출

 

천왕봉 일출은 지리산 10경 중 제8경으로 원시 개벽을 보는 것 같은 장엄함이 전해진다고 한다. 아름다운 운해나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구름층이 없어 약간 밋밋한 풍경이었지만 떠오르는 해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멋진 일출이었다.

 

 

 

 

 

해가 떠오른 직후 정상석과 함께

 

해가 떠오른 후에도 한동안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일출의 여운을 즐기고 있다. 그만큼 자주 볼 수 없는 특별한 장면을 마주한 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침해를 배경으로 사진에 담는 사람들

 

천왕봉에 올랐던 때가 언제인가를 찾아보기 위해 보관 중인 앨범을 뒤적여 보았지만 사진이 전혀 없다. 요즈음은 전용 카메라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휴대전화기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산에 오르며 카메라를 휴대하는 사람이 드물었던 때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웅석봉이 보이는 동쪽 조망

 

일출의 감동이 남겨준 여운을 떨치고 다시 장터목으로 되돌아가기 전 잠시 정상 주변 경관을 둘러본다. 처음 사진에 담아보는 풍경이기에 주변에 둘러진 산들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

 

 

 

 

 

중봉과 하봉 너머로 보이는 북쪽 조망

 

중봉 오른쪽 뒤에는 아침 안갯속에 가야산 마루가 머리만 살짝 드러내 보이고, 왼쪽 뒤에는 남덕유산에서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덕유산 능선이 역시 산마루를 드러내고 있다.

 

 

 

 

 

백운산이 보이는 남쪽 조망

 

정상 남쪽으로 내려서자 어느 여성분이 고깔을 쓰고 바위에 올라 포즈를 취하며 일행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고 있다. 평생 잊지 못할 생일 축하 사진이 되었을 듯하다.

 

 

 

 

 

천왕봉을 내려서며 돌아본 모습

 

천왕봉을 내려와 다시 장터목으로 향하며 돌아보니 암릉에 비친 아침 햇살이 마치 포효하는 짐승의 머리처럼 보인다.

 

 

 

 

 

고사목 뒤로 보이는 지리산 능선

 

제석봉 방향으로 잠시 내려서자 늠름한 기상을 보이는 고사목 뒤로 지리산 서쪽 능선이 펼쳐 보인다. 제석봉 뒤로 멀리 반야봉이 우뚝 솟아 있고 아침해의 붉은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영향으로 가을 산의 붉은빛이 더욱 빛나 보인다.

 

 

 

 

 

제석봉 너머 서쪽으로 펼쳐진 파노라마 경관

 

사진을 확대해 보면 왼쪽에 하동군 끝쪽에 위치한 금오산이 보이고 그 뒤로 직선거리 약 55km 거리의 남해의 망운산이 희미하게 보이는 가운데 서쪽으로 갈수록 연무에 가려 원경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통천문

 

통천문(通天門), 하늘로 통하는 문으로 이승과 저승의 경계이기도 하다. 통천문을 통해 천왕이 위치하는 천상계에 도달한다는 의미이며, 천왕봉 서쪽에서 정상에 이르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어두울 때 제대로 분간하지 못했던 길이 바위틈 사이로 절묘하게 이어져 있고 왼쪽 바위면에 한자로 ‘通天門’이라 새겨져 있다.

 

 

 

 

 

제석봉 암릉

 

제석봉(帝釋峰, △1,808m)은 지리산에서 천왕봉, 중봉 다음으로 세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제석봉이라는 이름은 제석신(帝釋神)을 산봉우리에 동일시해 숭배하여 일컬은 지명이라고 하며, 봉우리 근처에 산신에게 제를 올렸던 제석단이 있다. 제석봉 일대는 고사목과 어우러진 겨울 상고대가 아름다운 곳으로 전나무와 구상나무의 고사목 군락지를 보호하기 위해 등산로 외에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제석봉 아래 안부에서 바라본 남쪽 산너울

 

한 때 제법 많은 고사목들이 서있었던 제석봉은 6·25 이후 정치적 혼란기를 거치며 도벌과 방화 등으로 대부분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후 조림사업으로 새로 심은 나무들이 그 자리를 채워가고 있는 상태이다.

 

 

 

 

 

곰 모양의 제석봉 기암

 

지리산에는 야생 곰이 살고 있다. 2004년 반달가슴곰 복원을 위해 방사된 이후 덕유산, 가야산, 수도산 등으로 삶의 터전이 넓어졌고 세대를 거듭하며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제석봉 전망대에서 돌아본 천왕봉

 

 

 

 

 

제석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지리산 서릉

 

 

 

 

 

제석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쪽 산너울

 

 

 

 

 

장터목대피소에서 바라본 지리산 서릉

 

제석봉에서 다시 장터목대피소로 내려와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지리산 서릉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세석까지 능선을 이어간 뒤 오른쪽 한신계곡으로 하산할 예정이다.

 

 

 

 

 

연하봉을 오르며 돌아본 장터목과 제석봉

 

장터목은 왼쪽의 함양 마천 사람들과 오른쪽의 산청 덕산 사람들의 장터였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함양군 마천이나 산청군 덕산 모두 생산품이 같은데 이토록 험한 고개까지 올라와 서로 사고 팔거리가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갖는 견해도 있다.

 

 

 

 

 

연하봉을 오르며 돌아본 제석봉과 천왕봉

 

또한 과거 등산지도에도 마천 쪽에서는 장터목까지 길이 이어져 있으나 중산리로 이어진 길은 없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장터목의 명칭 유래는 시장터가 아니라 세석평전(細石平田), 즉 ‘세석(장들, 잔들)’으로 가는 ‘티(고개)’의 ‘길목(목)’의 뜻이라는 견해다.

 

 

 

 

 

연하봉과 촛대봉

 

장터목에서 0.8km 거리에 기암괴석으로 둘러진 연하봉이 있다. 연하봉의 연하(煙霞)는 안개와 노을은 의미하며,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자연 고사목 사이에 자욱한 안개가 드리워진 풍경은 지리산 10경 중 제7경으로 신선이 노닐만한 경관이라 하여 ‘연하선경(煙霞仙景)’이라 부른다.

 

 

 

 

 

암봉으로 솟은 연하봉

 

연하선경은 어느 한 장면이라기보다는 뒤쪽 촛대봉에서 연하봉까지의 능선길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만큼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이 구간을 지리산 능선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기도 한다.

 

 

 

 

 

연하봉의 기암괴석

 

한겨울 상고대나 녹음이 짙은 계절도 아닌 단풍이 지고 난 후 늦가을의 어정쩡한 시기인데도 기암괴석으로 두드러진 연하봉의 산세는 계절을 초월한 듯 멋진 경관을 보이고 있다.

 

 

 

 

 

돌아본 연하봉 바위무리

 

 

 

 

 

연하봉에서 촛대봉으로 향하며 바라본 경관

 

연하봉에서 촛대봉으로 가는 길에는 화장봉과 삼신봉의 두 봉우리가 있다. 능선상에 살짝 솟아오른 봉우리로 다소 오르내림이 있지만 그리 어려운 길은 아니다. 삼신봉은 세석에서 남쪽 청학동으로 뻗어 내린 능선에도 같은 이름의 산이 있다.

 

 

 

 

 

연하봉과 화장봉 사이 안부에서 바라본 남쪽 경관

 

안부로 내려서자 남쪽으로 조망이 트이고 역광 속에 산너울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왼쪽에 지도상 직선거리로 약 52km 떨어진 사천의 와룡산 마루가 희미하게 보이고 오른쪽에는 하동의 금오산과 남해의 망운산 마루가 조망된다. 사진을 확대해 보면 금오산 뒤로 남해의 금산도 희미하게 조망되는 것으로 보아 남쪽 방향의 시계가 상당히 좋은 날인 듯하다.

 

 

 

 

 

삼신봉을 오르며 돌아본 경관

 

지리산 산정에서 단풍 풍경을 보려면 10월 중순경 쯤이 적기일 듯하다. 조금 늦은 것이 아쉽지만 날씨가 쾌청하게 맑은 것만으로도 오랜만에 찾은 지리산 산행의 택일을 잘 한 셈이다.

 

 

 

 

 

촛대봉 오르는 길

 

삼신봉을 지나 이제 마지막 촛대봉을 오른다. 삼신봉 아래 쉼터에서 혼자 산행을 하는 한 여성분을 만났는데, 세석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촛대봉에서 일출을 본 뒤 천왕봉 쪽으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자유롭고 과감한 행동력에 부러움을 느끼며 언젠가 촛대봉과 연하봉 부근의 일출봉에서 천왕봉과 어우러진 멋진 일출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촛대봉(△1,703m)

 

촛대봉은 경남 산청군과 함양군의 경계에 있는 봉우리로, 세석평전의 동쪽에 위치해 있다. 봉우리 모양이 마치 촛농이 흘러내린 듯하여 촛대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지며, 촛대봉의 옛 이름 촉봉(燭峰) 혹은 촉대봉(燭臺峰)이 오늘날의 한글 명칭으로 촛대봉이 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철쭉이 피는 계절이면 촛대봉에서 내려다보는 세석평전의 모습이 장관이라고 한다.

 

 

 

 

 

촛대봉 정상(?)

 

촛대봉에는 국립공원 직원 한 명이 상주하며 지키고 있었다.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저 남쪽 봉우리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감독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아무래도 촛대봉 정상이 저곳인 듯한데 왜 출입을 막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오래전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을 읽으며 지리산에서 활동하던 빨치산들이 토벌군에 쫓기다 바위 절벽에 숨는 장면에서 나는 저곳을 상상했었다.

 

 

 

 

 

촛대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앞서 언급했듯이 촛대봉은 천왕봉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일출명소이기도 하다. 촛대봉에서 천왕봉까지는 4.4km이다. 어느 계절이든 연하선경을 걸어 고사목이 늘어선 제석봉에 오르고 통천문을 지나 천왕봉에 오르는 일은 참으로 멋진 경험이 될 것이다.

 

 

 

 

 

북쪽 백무동 방향 조망

 

촛대봉 북쪽으로는 한신계곡 너머로 마천면 일대가 내려다 보인다. 그 너머에는 진안의 덕태산, 선각산 마루가 가물가물하고 오른쪽에는 함양의 끝쪽 남덕유산이 조망된다.

 

 

 

 

 

도솔봉이 보이는 남서쪽 조망

 

세석평전 너머 남서쪽으로는 왼쪽에 광양의 백운산 도솔봉 줄기가 보이고 가운데 뒤에는 장흥의 천관산 마루가 보일 듯 말 듯 희미하다. 한편 ‘세석평전’이라는 말은 일본인들이 지어낸 명칭으로 우리말인 ‘잔돌고원’으로 부르자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촛대봉을 내려서며 바라본 세석평전

 

앞서 장터목을 ‘시장터’가 아닌 ‘세석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데서 유래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소개했는데, 이에 따르면 세석은 잔돌이 아니라 잔들(들판)을 의미하며, 농토가 귀했던 조선시대와 일제 때 빈곤한 사람들이 이곳에 올라와 농사를 지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지형의 특성으로 보아 상당히 일리가 있는 견해이다.

 

 

 

 

 

세석갈림길에서 백무동으로 향하는 길

 

아무튼, 드넓은 고원(平田)인 세석에 과거에는 수십 개의 텐트가 들어설 수 있는 야영장이 운영되기도 했었다.

촛대봉을 내려와 세석대피소에서 점심을 하려 했으나 시간이 일러 곧바로 백무동 방향으로 이어간다.

 

 

 

 

 

백무동으로 내려서며 바라본 경관

 

백무동 방향 한신계곡으로 내려서며 잠시 북쪽으로 전망이 트이고 멀리 덕유산 마루가 조망된다. 이곳에서 보니 덕유산과 지리산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급경사 비탈길

 

능선 안부에서 한신계곡으로 내려가는 약 1.5km 구간은 급경사 내리막 길이다. 경사가 급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돌길이 이어져 발걸음이 무척 조심스럽다.

 

 

 

 

 

한신계곡의 너덜

 

한신계곡(韓信溪谷)은 지리산 탐방코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국가지정 명승 제72호로 지정될 만큼 경관이 아름다우며 칠선계곡, 뱀사골계곡과 함께 지리산의 3대 계곡으로 꼽힌다.

 

 

 

 

 

노랗게 물든 서어나무 단풍잎

 

가파른 비탈을 지나 완만한 계곡길로 내려서자 곱게 물든 단풍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작나무과의 서어나무는 근육질의 회색빛 줄기가 인상적인 나무이다. 원래 잎이 붉게 물드는데 노랗게 물든 모습으로 보아 유사종의 다른 나무일 수도 있겠다.

 

 

 

 

 

계곡 풍경

 

한신계곡의 명칭 유래는 지형이 험하여 물이 굽이치는 곳이 많고, 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정도로 물이 차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옛날에 한신이라는 사람이 풍악대를 이끌고 세석평전으로 가다가 급류에 휩쓸려 죽어서 붙여진 것이라고도 하며, 한신골의 상단에 있는 세석고원 산마루의 한싱이(한신) 바위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계곡 풍경

 

계곡을 따라 걸으며 첫 번째 폭포인 한신폭포 이정표를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한신폭포는 등산로에서 왼쪽 계곡 쪽으로 약 80m 떨어져 있으며 접근이 어렵고 폭포수가 단애를 이룬 협곡 사이로 떨어져 폭포를 감상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한신계곡은 지리산 계곡 가운데 가장 많은 폭포를 끼고 있다지만 전반적으로 계곡이 깊고 접근하기가 어려워 등산로에서 계곡 풍경을 사진에 담기가 쉽지 않았다.

 

 

 

 

 

5층폭포와 가내소 폭포

 

5층폭포는 5개의 폭포가 연이어 층을 이루어 흐르는 폭포이며, 가내소 폭포는 신라시대 한 스님이 이곳에서 도를 닦다가 여신(女神)의 유혹에 빠져 수행을 포기하고 “나는 가네” 하면서 떠나갔다는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신계곡의 단풍

 

첫나들이 폭포를 지나며 길은 계곡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이어지고 등산로 주변에는 절정을 이룬 단풍이 눈길을 끈다. 능선 위에는 나뭇잎이 대부분 떨어졌지만 아래쪽은 아직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백무동 야영장에 머물며 오층폭포까지 약 3km 거리를 걷는다면 계곡 풍경과 함께 단풍을 감상할 수 있는 멋진 시간이 될 듯하다.

 

 

 

 

 

단풍이 절정인 산등성이

 

백무동은 한신계곡 입구의 마을이며 한신계곡을 백무동계곡이라고도 한다. 옛 기록에 백무동(白霧洞, 白舞洞)을 흰 안개가 춤을 추는 듯 신선이 사는 마을이라 하였고, 현재 백무동(白武洞)은 일제 때 행정 개편에 따라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곱게 물든 단풍나무들

 

민간 신앙에서는 지리산 천왕봉에 있는 성모사(聖母祠)를 상당(上堂), 제석단(帝釋壇) 중당(中堂), 백모당(白母堂)을 하당(下堂)이라 하여 지리산 산신인 천왕 할머니를 모시었다고 한다. 지리산 천왕 할머니에게 복을 빌러 무수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하여 백모동(白母洞)이라고도 하였다고 한다.

 

 

 

 

 

주황색으로 물든 단풍나무

 

그밖에 ‘백 명이 넘는 무당이 머물던 곳’, ‘무사를 많이 배출한 곳’ 등 여러 설이 있지만 명칭에 가장 어울리는 배경은 높은 산세와 깊은 계곡을 품은 빼어난 자연경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후의 햇살에 더욱 반짝이는 단풍잎

 

 

 

 

 

등산로 시/종점 백무동 입구

 

 

때론 거칠고 가팔랐던 긴 하산길, 무엇보다 안전함에 감사하며, 백무동 입구를 나와 1박 2일간의 지리산 산행을 마친다.

산행 막바지에는 더 머물고 싶었던 순간들과 더 살펴보지 못했던 장소들이 떠오르며 늘 아쉬움이 남지만, 그런 아쉬운 마움이 또다시 산에 오르는 동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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