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문장대 (△1,054m)
여적암에서 묘봉에 오르려다 송이버섯 수확철을 맞아 출입이 통제되는 바람에 진로를 바꿔 문장대에 올랐다. 임산물을 불법적으로 채취하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이를 빌미로 애꿎은 등산객마저 출입을 금지한다는 게 석연치 않았다. 마을 어귀에서부터 차량 통행을 감시하는 주민들의 노력에 뭐라 불만을 토로하거나 항의할 수도 없었다. 곧 가을철 건조기가 되면 산불방지를 위해 또 출입이 통제될 텐데, 이번 속리산 국립공원의 묘봉 능선은 10월 말까지 통제된다고 한다.
△산행일자 : 2024년 9월 24일 (화)
△산행코스 : 법주사입구→세심정→복천암→문장대 ~ 원점회귀
△산행거리 : 13.5km (GPS측정 기준)
△소요시간 : 5시간 38분 (휴식 52분 포함)
청명한 하늘
오늘 뜬금없이 산행에 나선 이유가 바로 이렇게 청명한 하늘이었다.
그토록 무덥던 여름이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과 함께 찾아온 가을 하늘이다.
법주사 앞 자연관찰로의 계수나무
맑고 푸른 하늘 아래 높게 치솟은 계수나무 잎을 흔들며 한 무리의 바람이 지나가고 있다.
세조가 목욕했던 목욕소
법주사 입구에서 세심정까지 세조길을 따라 걷는다. 세조길은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요양 차 복천암으로 온 역사적 사실에 착안하여 붙인 이름이다.
두꺼비 바위(?)
세심정에서 냉천골을 지나 깔딱 고개를 오르기 전 이곳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쉬어간다.
예전에는 이쪽 코스에 3개의 휴게소가 있었지만 맨 위쪽 냉천골 휴게소와 중간의 보현재 휴게소는 철거되고 그 아래 용바위 휴게소만 남아 있다.
문장대 아래 암릉
급경사 고개를 힘겹게 올라 문장대가 보이는 암릉에 올라섰다.
하늘은 여전히 맑고 푸르른데, 몸은 한결같지 않다. 어디든지 오르기 쉬운 산은 없는 법이다.
암릉에서 바라본 문장대
멀리서 보면 주먹만 한 바위처럼 보이지만 철계단을 따라 정상에 오르다 보면 그 웅장함과 높이에 아찔한 느낌을 갖게 된다.
문장대 (△1,054m)
道는 사람을 떠나지 않았는데 사람이 道를 멀리하였고
산은 世俗을 떠나지 않았는데 世俗이 산을 떠났네
하여 이름 붙여진 俗離山 문장대 1054m
구름 속에 갈무리 져 雲藏臺라 하다가
世祖가 이곳에 올라 시를 지었다 하여 文藏臺라 했으니
우러러 宇宙의 장대함을 보고
구부려 品類의 繁盛함을 살핀다는 奇妙의 極致
頂上에는 알이 부화한 둥글게 파인 곳이 있으니
태초 生命 탄생의 神秘를 일러 주도다
동쪽으로 칠형제봉 문수봉 신선대 비로봉 천황봉이
이어졌고 서쪽으로 관음봉 묘봉이 솟았으며
비껴서 낙영산과 도명산이 다가선다
남쪽 아늑한 곳에 법주사를 앉혀 法脈을 잇게 했으니
빼어난 기품 浩然의 氣槪여
造物主의 조화여 오! 仙界의 아름다움이여!
(문장대 표지석 뒷면에 새겨진 박찬선 글)
남동으로 이어지는 속리산 주능선
오늘은 대기가 상당히 맑다. 문장대에서 사방으로 시야에 들어오는 산들을 살펴본다.
지도상에서 봤을 때 주능선에 있는 입석대는 신선대 왼쪽에 위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내판에는 이와 크게 다르게 표시되어 있다. 따라서 위 사진에 표기된 위치가 실제와 다를 수도 있다.
남서쪽 법주사지구 방향
관음봉을 지나 묘봉으로 이어지는 속리산 서릉
백악산 줄기 너머 북쪽 조망
당겨본 무영봉-대왕봉 너머 산너울
당겨본 군자산 너머 산너울
월악산 방향의 북동쪽 조망
암릉이 드러난 대야산-희양산과 월악산
청화산 너머 백두대간 마루금
칠형제봉 너머 동쪽 조망
문장대를 내려서며
뜻하지 않게 최고로 맑은 날 문장대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었다.
행운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오는가 보다.
문장대 바위틈에 핀 산구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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