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보산 버선코바위에서 바라본 군자산과 보배산
충북 괴산군 칠성면에 위치한 칠보산은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한 산이다. 칠보산 산행은 이번이 세 번째로 이전 두 번의 산행은 칠보산 단독 코스였지만, 이번에는 인접한 시루봉과 악휘봉까지 이어가는 도전을 택했다. 칠보산에서 시루봉 구간은 비탐 구간으로 길이 뚜렷하지 않으며, 시루봉에서 악휘봉 구간도 험로가 이어져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산행이 되었다.
△산행일자 : 2025년 4월 16일 (수)
△산행코스 : 떡바위→칠보산→시루봉→악휘봉→절말→떡바위
△산행거리 : 14.8km (GPS측정 기준)
△소요시간 : 9시간 37분 (휴식 1시간 40분 포함)
칠보산 들머리 떡바위
칠보산 들머리인 떡바위 출발점에 입산통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아마도 얼마 전 기상특보 발령 때 통제되었다가 미처 치워지지 않았던 듯하다. 조금은 불안한 느낌이 들지만 오늘은 날씨가 맑으니 차단막을 넘어 통과한다.
청석재로 오르는 길
봄꽃이 피어나는 경관을 기대했지만, 칠보산은 아직 이른 봄이다. 간혹 진달래가 보이고 고도를 높이자 노랑제비꽃이 보일뿐이다. 길은 청석재까지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고 그 이후 정상까지 가파른 경사의 계단을 따라 오른다.
노랑제비꽃
바위전망터에서 바라본 보배산
청석재를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바위 전망터가 나온다. 전망터에서 보배산이 건네다 보이고 그 뒤로 인근의 대장격인 군자산이 솟아 있다. 보배산은 괴산 35 명산으로 지정되어 더욱 알려졌지만 지금은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그럼에도 여전히 등산 애호가들의 관심 속에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보배산과 막장봉
보배산 산행은 주로 오른쪽 능선 아래의 각연사 방면에서 출발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 길을 찾는 일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 등산로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길을 찾아 나뭇가지를 헤치고 낙엽에 덮여 미끄러운 비탈을 오른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칠보산(△778m)
괴산의 칠보산은 쌍곡계곡을 사이에 두고 서쪽의 군자산과 마주하고 있다.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뻗어 내린 7개의 봉우리가 아름답다 하여 칠보산(七寶山)이라 하였는데, 문수암골로 이어지는 암릉 구간은 현재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칠보산은 정상 좌우의 안부 사이에 암릉 구간이 형성되어 있지만, 나머지 구간은 계곡을 따라 경사가 완만하게 이어진다.
칠보산 남동쪽 조망
정상 남쪽 전망터에 다가서면 조망이 활짝 트이고 희양산에서 장성봉을 지나 속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줄기가 조망된다. 오늘은 미세먼지로 인해 시야가 맑지 못하지만, 정상에서 시야에 들어오는 산들을 최대한 표기해 본다.
칠보산 남쪽 조망
칠보산 남서쪽 조망
칠보산 서쪽 조망
칠보산 동쪽의 덕가산~악휘봉 능선
정상에서 동쪽 활목재 방향으로 내려서면 덕가산에서 악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조망된다. 칠보산에서 바라본 이곳 능선은 완만하고 평탄해 보이지만 실제 다가가 보면 거칠고 위험한 구간이 숨어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또한 예전에는 괴산군이 선정한 ‘괴산 35 명산’에 속해 있어 홍보되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출입이 금지되어 길의 흔적마저 희미하게 남아 있다.
칠보산 거북바위
이 거북바위는 세 번째 방문에서 비로소 마주하게 되었는데, 데크 계단으로 이어지는 암릉에서 세심하게 주의를 살피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칠보산의 명물 중 하나다.
활목고개
칠보산 정상 동쪽 안부(鞍部)인 활목고개는 왼쪽(北)의 각연사와 오른쪽(南)의 쌍곡리 잇는 고개이다. 이곳에서 직진 방향의 능선으로 진행하면 시루봉으로 이어지는데, 원점회귀 시에는 시루봉에서 다시 되돌아오거나 악휘봉을 지나 살구나무골로 하산하는 조금 긴 경로를 택해야 한다. 시간 여유를 감안하여 통제 구간을 지나갈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시도해 보기로 한다.
시루봉 능선 길
활목재에서 시루봉에 오르는 길은 계속해서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처음 683 고지에서 무심코 직진하게 되면 하산로를 타게 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이곳에서 길을 잘못 들어 다시 능선으로 복귀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현호색
워낙 사람들의 발길이 적은 곳이라서 시루봉에 닿기까지 길을 찾아 진행하는데 몇 차례 어려움이 있었다. 간혹 보이는 길안내 리본이 참고가 되기도 했지만 가파른 경사로에서 낙엽에 덮인 길을 찾아 진행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루봉(△866m)
활목재에서 시루봉까지 약 1시간이 소요되었다. 중간에 길을 헤맨 시간을 감안하면 1시간 이내에 오를 수 있을 듯하다. 시루봉의 이정표에는 덕가산 30분, 악휘봉 60분, 칠보산 50분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길이 좋지 않은 만큼 실제로는 더 여유 있게 시간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시루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덕가산을 다녀올까 망설였지만, 가파르게 솟은 덕가산을 왕복한 다음 악휘봉을 지나 하산하기에는 시간과 체력이 문제가 될 듯하여 곧바로 악휘봉으로 향했다.
822봉에서 바라본 악휘봉
시루봉에서 822봉까지는 간혹 길이 불분명한 암릉 구간이 있었지만 대체로 무난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822봉에서 악휘봉 방향의 샘골고개로 내려서면 입석리 갈림길이 나오고 입석리(60분), 악휘봉(30분), 덕가산(60분)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보인다. 샘골고개를 지나면 악휘봉 직전 마지막 험로인 암봉을 오르게 된다.
암봉을 오르며 돌아본 경관
암봉에 올라서며..
로프에 의지해 암봉에 올라서면 다시 바위절벽을 만난다. 잠시 길을 찾느라 우왕좌왕한 끝에 암봉 오른쪽 경사면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암벽 구간에서 길을 찾을 때는 무엇보다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 섣불리 서둘러 진행하다가 자칫 큰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은 항상 가장 안전한 방향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급경사 릿지 구간
악휘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약 40m의 급경사 릿지 구간을 통과해야 한다. 무척 공포스러운 구간이지만 우회로가 없는 외길이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공식적인 등산로는 아니지만 이 정도라도 안전시설이 갖추어져 있기에 접근이 가능하다. 이곳은 얼어붙은 겨울철이나 비가 내리는 악천후 상태에서는 경험자와 동행하거나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어지는 릿지 구간
지나온 암봉
악휘봉(△845m)
충북 괴산군 칠성면에 위치한 악휘봉은 괴산 35 명산으로 꼽히는 산이다. 속리산 국립공원의 경계 내에 위치하며, 장성봉에서 구왕봉을 거쳐 희양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줄기에서 살짝 벗어난 지점에 위치해 있다. 악휘봉은 2017년 3월에 이어 두 번째인데, 당시에는 궂은 날씨로 시야가 트이지 않았었다.
악휘봉 북동쪽 조망
악휘봉 정상의 조망은 시원하게 열려 있지만, 북쪽의 덕가산 방향과 북서쪽의 군자산 방향은 나무에 가려져 있다. 오늘도 날씨가 흐리고 미세먼지가 짙어 원경이 선명하지 못하지만, 최대한 주변 산들을 조망해 본다.
악휘봉 동북쪽 조망
악휘봉 동남쪽 조망
악휘봉 남동쪽 조망
악휘봉 남서쪽 조망
앞쪽 능선 안부의 하얀 화살표 위치가 오른쪽 살구나무골로 하산하는 갈림길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식적인 등산로가 아닌 만큼 길이 잘 보일지 걱정이 앞섰지만, 다행히 큰 무리 없이 길을 찾아 하산할 수 있었다.
악휘봉 서남쪽 조망
노송과 어우러진 입석바위
악휘봉의 명물인 입석바위는 아마도 산 아래 적석리의 입석마을이라는 지명이 생긴 유래가 되었을 것이다.
갈림길 표지 리본
안내도의 갈림길 위치인 안부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쉽게 노란색 리본(붉은 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길은 뚜렷하지 않지만 마지막 하산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척 안도되는 순간이었다.
나뭇가지에 걸린 길 안내 리본
길의 윤곽이 보였다 안 보였다 반복되는 가운데 간혹 발견되는 나뭇가지의 길 안내 리본이 큰 참고가 되기도 했다. 이후 계곡을 만난 다음부터는 길이 보이지 않더라도 계곡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하산할 수 있었다.
작은 폭포를 이루는 계곡 풍경
길이 제대로 나있지 않은 산을 오르내리는 것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피곤하고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다. 산행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데, 더 이상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만개한 진달래
정규 등산로와 만나는 지점의 이정목
오후 5:40분경에 비로소 정규 등산로와 만났다. 칠보산 1.9km, 절말 2.4lm 지점이다. 체력적인 어려움도 있었지만 시간적으로 시루봉에서 덕가산을 다녀왔더라면 해가 지기 전에 이곳에 도착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이 보이지 않는 산속에서 어둠을 맞는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두려운 일이다.
칠보산의 아름드리나무가 우거진 숲
쌍곡폭포
해가 지기 전 가까스로 쌍곡폭포에 도착했다. 이곳 폭포 주변에는 계곡으로 쉽게 접근하여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새롭게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절말교를 지나며
오후 6:30분경 517번 지방도로와 만나는 절말로 내려와 오늘의 긴 산행을 마친다. 예상보다 훨씬 고된 산행이었지만, 어둠이 내리기 전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던 것에 무엇보다 감사한다. 험로를 지나며 다시는 찾지 않을 곳이라 여겼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언젠가 또 갈 수도 있으리라는 예감이 들것이다. 미완성의 과제는 늘 머릿속을 맴돌기 마련이다.
칠보산 산행안내도 (출처 : www.joytr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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