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배령 정상석
장마가 끝을 향해 가는 무더운 여름날 친우들과 곰배령 트레킹에 나섰다. 곰배령은 점봉산 남쪽 능선에 있는 고갯마루로 정상에 드넓은 초원지대가 형성되어 있어 철 따라 아름다운 야생화들로 화원을 이루는 곳이다. 산세가 완만하고 야생화와 산나물 군락지가 많은 점봉산 일대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국내에서 생태보전이 가장 뛰어난 곳이라고 한다.
△산행일자 : 2023년 7월 21일 (금)
△산행코스 : 점봉산 산림생태관리센터→강선마을→곰배령→전망대쉼터→하산탐방로→관리센터(원점)
△산행거리 : 12.2km (GPS측정 기준)
△소요시간 : 4시간 56분 (휴식/사진촬영 31분 포함)
진행 경로
곰배령 트레킹은 서쪽의 귀둔리와 동쪽의 진동리에서 시작할 수 있으며, 점봉산 산림생태관리센터에서 사전 예약을 통해 출입이 가능하다. 이번 트레킹은 진동리 설피 마을을 출발하여 곰배령에 오른 뒤 전망대를 지나 하산탐방로로 하산했다.
설피원 펜션
곰배령은 당일로 다녀오기에는 차량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은 곳이다. 따라서 전날 저녁때 진동리 설피마을에 도착하여 곰배령 입구에 있는 설피원에서 숙박을 하고 여유롭게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달맞이꽃 | 흰동자꽃 | 홑왕원추리
설피원의 화단에 달맞이꽃이 아침 이슬을 머금고 서있다. 뒤뜰에는 드물게 피는 흰동자꽃도 보이고 키 큰 홑왕원추리가 숲 언저리에서 짙은 색을 발산하고 있다. (▶달맞이꽃 | ▶동자꽃 | ▶원추리)
점봉산 산림생태관리센터 (www.foresttrip.go.kr)
곰배령 입출구인 점봉산 산림생태관리센터에서 탐방 예약 확인을 받고 트레킹을 시작한다. 매주 월, 화요일은 휴무로 탐방이 불가하며, 탐방 시작 시간은 하절기(4/21~10/31)는 9시 · 10시 · 11시, 동절기(12/16~2/28)는 10시 · 11시이며 나머지 기간은 산불 방지를 위해 통제된다.
곰배령 탐방로
출발지의 해발 고도가 700m쯤 되니 한여름에도 숲에 들어서면 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입구에서 곰배령 정상까지는 완만한 경사의 5.1km 거리로 약 1시간 50분이 소요된다.
계곡 풍경
길은 잠시 계곡을 끼고 이어지고 장마로 불어난 물이 계곡에 힘찬 폭포수를 이루며 시원함을 전해주고 있다.
강선마을
출발한 지 약 30분이 지나 강선마을을 지난다. 강선마을은 곰배령 아래 깊은 숲 속에 위치한 마을이다. 주택 및 농지의 출입을 금한다는 표지판이 보이기도 하는데 마을에는 여러 숙박 시설이 운영되고 있는 듯하다.
잣나무 쉼터
길이 평탄하고 경사가 완만해 쉬지 않고 걸어도 지치지 않을 길이지만 숲의 기운을 최대한 누리며 여유롭게 진행한다.
중간 초소
강선마을을 지나면 곧이어 중간 초소가 나온다. 12시 이후에는 입산을 통제하며 입구에서 나누어준 입산허가증을 확인한다. 입산허가증은 하산 시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끝까지 잘 간수해야 한다.
이어지는 숲길
중간 초소를 지나며 길은 좁아지고 원시 밀림 같은 울창한 숲이 펼쳐지는데 길을 벗어나 숲에 접근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휴식도 정해진 쉼터에서 취하는 것이 좋다.
쉼터
출발한 지 약 1시간이 경과하며 대략 중간 지점의 쉼터를 만난다. 오늘은 바람이 없고 습도가 높아 완만한 길에도 땀이 제법 흐른다. 수분 보충과 함께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이어지는 계곡의 폭포수
나무다리
마지막 목교를 지나며 길은 좀 더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가끔씩 하늘이 열리며 능선에 가까워졌음을 예고한다.
경사진 돌길
막바지 계곡 풍경
능선에 가까워지면서도 계곡에 흐르는 수량에는 큰 변화가 없는 듯하다. 나무숲 사이로 보이는 시원한 물줄기를 역행하여 막바지 비탈길을 지나 곰배령 고갯마루에 올라선다.
곰배령 고갯마루
드넓은 초원의 곰배령
고갯마루에 올라서자 드넓은 초원이 펼쳐지고 철을 만난 야생화들이 아름다운 화원을 이루고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연이어 피었다 지면서 끊임없이 초원을 장식하는 야생화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곰배령을 찾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곰배령 (△1,164m)
곰배령은 인제군 귀둔리 곰배골 마을에서 진동리 설피 마을로 넘어가는 고개이다. 정상석에 새겨진 대로 곰배령은 산세의 모습이 마치 곰이 하늘로 배를 드러내고 누운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다양한 식물과 야생화가 서식하고 있어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말나리
이즈음 곰배령 숲의 대표꽃 중의 하나는 황적색의 말나리이다. 산길을 걷다 무심코 바라본 숲 속에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말나리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말나리)
동자꽃
동자꽃 또한 제철을 만난 듯 숲에서 제법 자주 눈에 띈다. 동자꽃은 어린 동자(童子)의 넋이 담긴 사연을 가진 꽃으로 작지만 고상하고 기품이 있는 꽃이다. (▶동자꽃)
둥근이질풀
이질풀은 설사를 일으키는 이질(痢疾)에 즉각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둥근이질풀은 꽃잎이 둥글어서 붙여진 이름으로 왕이질풀 · 참이질풀이라고도 한다. 꽃은 이질풀보다 한두 달 일찍 피고 꽃의 크기가 훨씬 크다.
(▶이질풀 | ▶둥근이질풀)
물양지꽃
물양지꽃은 깊은 산속 물가에서 자라는 양지꽃속 식물로, 봄에 꽃이 피는 양지꽃과 달리 여름에 꽃이 핀다. (▶양지꽃 | ▶물양지꽃)
개구릿대
지금 이 시기에 곰배령에 피는 산형과 식물 중에 개구릿대와 지리강활이 있는데 그 차이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어떤 이는 개당귀가 지리강활이라고 하고 또 두 식물이 같은 식물이라고 하기도 한다. (▶개구릿대)
영아자
초롱꽃과의 영아자는 가늘게 갈라진 보라색 꽃잎이 마치 헝클어진 머리카락처럼 산만해 보이기도 한다. (▶영아자)
산수국 | 마타리 | 물봉선 | 참취
노루오줌 | 곰취 | 붉은여로
곰배령은 산이 높은 탓에 꽃 피는 시기가 평지보다 다소 늦은 편이며, 4월부터 복수초를 시작으로 야생화들이 피기 시작하여 10월까지 다양한 꽃들이 피고 진다. 7월 하순인 지금 이 시기에도 위와 같이 많은 종류의 꽃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남쪽 전망대 방향
데크로드를 따라 다양한 야생화들이 가득한 곰배령을 한 바퀴 돌아보고 전망대 쉼터가 있는 남쪽 능선으로 향한다. 더 많은 꽃들을 사진에 담아보고 싶었지만 일행과 보조를 맞춰야 하기에 서둘러 전망대로 향한다.
전망대에 오르며 돌아본 경관
초원을 이루는 곰배령 뒤로 작은점봉산이 솟아 있고 그 오른쪽 뒤로 점봉산 정상부가 살짝 드러나 보인다. 점봉산 능선 오른쪽 뒤에는 설악산 마루가 보이는데, 대청봉이 구름에 가려 있다.
당겨본 곰배령 일대
전망대에 올라서자 야생화들로 가득 찬 곰배령 일대가 내려다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점봉산과 설악산 마루가 조망된다.
점봉산과 설악산 조망
쉼터를 지나 이어지는 하산로
전망대 쉼터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탐방로를 따라 산행을 이어간다. 출발지 생태관리센터까지는 5.4km로 약 2시간이 소요되며 초반에는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전망터에서 점봉산과 설악산 조망
한차례 비탈길을 오르자 또 다른 전망대가 나오고 지나온 방향으로 완만하게 뻗어 내린 점봉산 능선이 보인다. 점봉산 뒤쪽의 설악산 정상부는 여전히 구름에 가려 있다.
진동호 방향의 동쪽 조망
다시 계단으로 이어지는 숲길
스러져 가는 고목
두 개의 봉우리를 지나면 본격적인 내리막길이다. 이곳 하산탐방로 역시 원시림을 관찰하며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숲길이 이어진다.
주목 군락지
주목은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를 조사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 장기 모니터링’의 대상이 되는 나무이며, 고산지대에서 군락을 이루어 자생하는 주목의 모습이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참좁쌀풀
주목 군락지를 내려서자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지고 길가에 노란 꽃을 피운 참좁쌀풀이 보인다. 앵초과의 참좁쌀풀은 깊은 산 초원에서 자라는데, 잎의 폭이 넓고 꽃잎 안쪽에 붉은 무늬와 꽃잎 양면에 샘털이 나있어 그냥 좁쌀풀과 구별된다. (▶참좁쌀풀)
철쭉 군락지
길을 막아선 괴목
한쌍의 거제수나무 (자작나무과)
다시 만난 계곡 풍경
능선을 내려와 길은 다시 계곡을 끼고 이어진다. 등로를 벗어나 계곡에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는데 멋진 폭포수를 이루는 명소에는 접근이 가능하도록 쉼터를 만들어 두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하산탐방로 종착지의 계곡을 건너는 다리
하산탐방로의 종착지에서 계곡을 건너면 곧바로 출발했던 입산통제소에 이른다. 험한 코스는 없었지만 더위 탓인지 예상보다 체력 소모가 많았던 산행이었다.
입산통제소 및 생태관리센터
무더운 한여름에도 많은 이들이 곰배령을 찾는 이유는 잘 보존된 원시림의 자연환경에 대한 동경과 다양한 여름철 야생화들을 만나보기 위해서일 것이다. 맑은 날씨 속에 길을 걸으며 그러한 목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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